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 종국결정을 선고해야 한다는 법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늦으면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 훈시적 규정이긴 하지만, 장기 미제 사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매년 국감 때마다 지적되고 있지만, 오히려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도 지적된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헌법재판소에서 제출받은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 기간은 매년 증가세다. 6년 전인 2019년 평균 처리 기간이 480.4일이었는데 매년 늘어 △2020년 589.4일 △2021년 611.7일 △2022년 732.6일 △2023년 809.2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과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처리 기간이 지난해 기준 각각 806.4일, 863.0일로 나타나 가장 길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 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훈시적 규정(위반하더라도 소송법상 위반의 효력이 미발생)이지만 되도록 지켜야 한다. 지난 8월 31일 기준 헌재에 접수된 전체 1215건 중 373건(30.7%)만 180일 이내 종국 선고 규정을 준수했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장기 미제 사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312건이던 장기 미제 사건은 지난해 1604건으로 크게 늘었다. 10년 이상 재판이 소요된 사건도 있으며 5년 이상 지연 중인 사건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2012년 2월 접수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사건’은 10년 이상이 지나서야 결론이 났고, 2016년 2월 접수된 ‘대북 조치로 인한 개성공단 보상 입법 요구 사건’은 2022년 5월 26일에야 6년 만에 결론이 났다.
이외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위헌 소원’ 등 다수의 사건은 5년 이상 처리되지 않고 있다.
김승원 의원은 “법을 다루는 헌법재판소의 ‘위법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고질적인 재판 지연과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