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국정감사에 뒤늦게 출석했다. 야당 의원의 집중포화에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이 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통위 등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탄핵으로 인한 직무 정지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러나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이 장인상으로 자리를 비우고 야당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자 국회에 출석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증인선서를 하면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한 후 목례 대신 악수를 청했다. 이후 별다른 인사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는 당시 후보자였던 이 위원장이 선서문 전달 후 인사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자 최 위원장이 불러 세워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이 위원장의 법인카드 유용과 방통위 직원 사적 동원 논란 등에 대해 질의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휴가 기간에 인천국제공항과 제주도에서 법인카드를 썼는데 앞서 사적 유용이 아니라고 했다. 이를 정정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경찰에 고발돼 있어 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방통위 직원이 대신 제출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황 의원이 “직무가 정지됐는데 무슨 권한으로 부리느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동원하지 않았다. 먼저 그쪽에서 그렇게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합시다’라고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민주당 의원은 이 위원장이 탄핵 이후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이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 발언한 것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인사혁신처에 문의해 직무정지된 상태라도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가 이틀 만에 탄핵당한 것에 대한 자기방어적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MBC에 대해 “민주노총·민주당 브로드캐스팅 코퍼레이션으로 불리고 있다. MBC가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