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연 아나운서 /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의료기술과 신약 소식을 짚어보는 이노메디 시간입니다. 오늘도 이노메디 코너를 함께할 쿠키뉴스 박선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선혜 기자 /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박선혜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해오셨습니까?
박선혜 기자 / 비만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죠.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과체중인 현대사회에서 비만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국내 제약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형 다변화나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요. 오늘 이노메디 시간에는 비만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비만치료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먼저 어떤 상태일 때 비만으로 진단하는지, 비만의 기준부터 알려주세요.
박선혜 기자 /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지만 손쉽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눠서 23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이고요. 30 이상부터는 고도비만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키 160cm, 몸무게 77kg인 경우 BMI가 30으로 고도비만에 해당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그렇군요. 흔히 ‘물만 먹어도 살이 쪄’라면서 체질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비만이 체질과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선혜 기자 / 비만은 체내 지방 조직에 영양분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상태를 말하는데요. 비만의 원인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많이 먹고 난 뒤 먹은 만큼 소비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살이 찌게 돼 있습니다. 결국 신체 활동량을 줄이고 과하게 먹어서 비만이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하지만 단순히 개인의 생활습관에 기인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비만이 되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박선혜 기자 / 비만은 단지 개인의 생활습관 뿐만 아니라 유전, 환경,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 다양한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적 도움과 개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그렇군요. 국내외 비만 유병률에 대해서도 알아볼게요. 앞서 전 세계 인구 8명 중 1명이 과체중이라고 하셨죠?
박선혜 기자 / 국내외에서 꾸준히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비만 유병률은 1990년 이후 거의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의 43%가량이 과체중으로 집계됐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성인 비만 유병률이 2013년 31.8%에서 2022년 37.2%로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비만은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이기도 해요. 따라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거죠. 비만 치료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박선혜 기자 / 체중 감량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기본적인 겁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병적 비만 등에는 약물치료가 권고되기도 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기존에는 지방흡수억제제나 식욕억제제 등을 사용해 비만을 치료하곤 했었는데요. 여러 부작용 등이 알려지면서 종적을 감춘 약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엔 어떤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습니까?
박선혜 기자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마땅한 약물이 없었지만 최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즉, GLP-1을 기반으로 한 비만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비만 치료의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GLP-1 비만치료제는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가 올해의 성과(2023 Breakthrough of The Year)에 선정했으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2024년 10대 혁신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혁신적인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혁신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어떤 기전으로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
박선혜 기자 /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GLP-1이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초기에는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생쥐 실험 과정에서 GLP-1이 쥐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된 것이죠. 우리가 배가 고플 때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끼면 식욕이 떨어지는데, 이는 GLP-1이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즉, GLP-1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비만의 원인인 과식이나 폭식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그렇다면 GLP-1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비만치료제, 어떤 제품이 있나요?
박선혜 기자 / 덴마크의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의 GLP-1 기반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입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는데, 임상 3상 시험에서 약 16개월 동안 15%의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체중 관리용 약물로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당뇨병에는 ‘오젬픽’, 비만에는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위고비는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도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로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마운자로 역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데 임상 3상 시험에서 위고비보다 더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평균 체중이 105㎏인 성인에게 마운자로 15㎎을 72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22.5% 빠졌고, 84주 투여 임상시험에서는 체중이 평균 26.6% 줄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이런 혁신적인 치료제 덕분에 비만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될 것 같습니다.
박선혜 기자 / 네, 그렇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8조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약 13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들도 충분히 욕심을 내 볼만한데요. 국내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개발상황은 어떤가요?
박선혜 기자 /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를 받는 곳은 한미약품입니다.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HM11260C)를 개발해 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HM15275)에 대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HM15275는 GLP-1뿐만 아니라 위 억제 펩타이드(GIP)와 글루카곤(GCG)까지 활용합니다.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일반적인 위장관 부작용인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GCG는 포만감 조절은 물론 혈당 및 에너지 소비, 지질 대사 조절을 돕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그밖에 GLP 기반 비만치료제 개발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기업들 소개해주시죠.
박선혜 기자 / 동아에스티도 자회사 뉴로보를 통해 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 DA-1726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입니다. GLP-1 수용체와 GCG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합니다. 또 다른 제약사 프로젠은 GLP-1, GLP-2에 이중 작용하는 당뇨병, 비만치료제 PG-102를 연구 중인데요. GLP-2는 장 점막의 재생을 촉진하는 효능을 통해 근육이 아닌 체지방 감소를 이끌어 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보다 건강한 체중 감량을 돕는 것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비만약 제형은 주사제로 알고 있어요. 물론 국내에서도 주사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독자 기술을 활용해 패치제 개발에 나선 곳도 있다고요?
박선혜 기자 / 대웅제약의 경우 기존 주사제를 피부에 붙일 수 있도록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8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원제약은 이르면 올해 말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 1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약품제조업사인 아이큐어도 비만약 개발을 추진 중인데요. 아이큐어 자회사인 커서스바이오는 지난 7월 한양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세계 최초 백색지방세포 선택적 비만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았습니다. 아이큐어는 해당 치료제 기술에 아이큐어의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할 방침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패치제는 주사제보다 간편한 데다 주사 공포가 있는 환자들에게 유용하죠. 개발이 다소 늦더라도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된다면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세계 최초로 백색지방세포 선택적 비만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기술 이전을 받고 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는 커서스바이오 관계자의 인터뷰 듣고 다시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VCR >> 커서스바이오의 장관영 최고운영책임자(COO), 하기 샤안 라히지 최고기술책임자(CTO)
장관영 / 안녕하십니까. 비만 당뇨 치료제를 연구하는 마이크로니들 융합 연구회의 장관영이라고 합니다.
라히지 / 안녕하세요. 10년 이상 마이크로니들을 연구한 박사 라히지입니다.
Q. 비만치료제의 발전
A. 장관영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승인한 다섯 가지 비만치료제가 있습니다. 1999년 제니칼·오르리스타트 경구제를 시작으로 2012년 향정신성 약물인 펜터민·토리라메이트 복합제가 출시됐지만 불면증 위험이 있어 복용을 피하는 추세입니다. 2014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치료제인 리라글루타이드 약물이 주사제 형태로 개발됐고 그 후 안정성이 개량된 GLP-1 펩타이드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가 나왔습니다. 이후 세마글루타이드가 구강 복용 형태로 개발되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GLP-1와 위억제폴리펩타이드(GIP)에 이중 작용하는 티르제파타이드 약물이 주사제 형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비만치료제는 대부분 비급여 전문 의약품이기 때문에 여러 환자가 약값이 부담스러워 (치료를) 중도 포기합니다. 중도 포기 시 요요현상이 반복되면서 치료 중단 이후 요요 증상이 없는 비만치료제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Q. GLP-1 제제 개발 배경
A. 장관영 / 현재 비만치료제는 GLP-1 세마글루타이드 시판 이후 이중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 삼중작용제인 레타트루타이드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년 이상 GLP-1 복용 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들어가 약 17.4%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습니다.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티르제파타이드가 22.5%, 임상 1상이 중인 삼중작용제(GIP·GLP-1·GCG)인 레타트루타이드는 24.2%의 체중 감소를 보였습니다.
Q. 비만치료제 개발 전망
A. 라히지 / 현재 지방세포에 직접 작용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주사제형뿐 아니라 패치형으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사 기술은 네이처 머터리얼(Nature Materials), 바이오 머터리얼(Bio Materials), 어드밴스트 머터리얼(Advanced Materials) 등 세계 상위 학술지에 게재됐고 관련 연구 결과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희가 개발한 (패치형) 비만유전자 치료제는 약 20%의 몸무게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독성도 없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올해는 국가신약개발사업에 선정돼 후보물질 단계에서 2년 동안 연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Q. 전하고 싶은 말
A. 장관영 / 비만치료제 중 GLP-1 펩타이드 거대 약물이 주사제 형태로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향후 GLP-1 거대 펩타이드는 제형을 변경해 경구제 또는 마이크로니들로 환자 친화도가 높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개발될 것입니다. 국내 많은 벤처 기업이 여러 제형을 연구하며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성장 가능한 제약회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가 또는 투자사에 다양한 투자 환경이 필요하며, 지속해서 연구·개발 분야에서 발전이 이뤄진다면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네, 인터뷰 잘 들었습니다. 꼭 필요한 상황에서 이런 효과 좋은 비만치료제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문제는 국내에선 이 비만치료제가 비급여 의약품이라는 점이죠. 비급여 의약품인 만큼 기본 가격대가 높은 편이죠?
박선혜 기자 / 이제 곧 국내에서도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게 되는데요. 문제는 약값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위고비의 경우 미국에서 월 4회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이 2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로서는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일반 서민들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는 치료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가격적인 부담 때문에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어떤 게 있나요?
박선혜 기자 / 약물 투입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즉,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려면 월 200만원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데 장기간 약물이 투입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비만에 대한 인식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바뀌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흐름을 인식한 정치권도 올해 초 총선을 앞두고 비만 관련 여러 공략을 내놨죠.
박선혜 기자 /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건 분야의 주요 공약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비만 치료 개선’을 꼽았는데요. 먼저 국민의힘은 비만치료제 급여화를 통한 전 국민 생애주기별 비만 예방을 약속했습니다. 비만치료제가 대부분 비급여로 처방돼 치료비 부담이 큰 만큼 급여를 적용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효과적인 비만 예방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제2차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 수립, 비만 예방 관리법 제정, 국가건강검진에 비만 검진 항목 추가, 소아 비만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을 내걸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 비만치료제의 급여화가 이뤄져서 비만약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더욱 커졌으면 좋겠고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도 빨라지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박선혜 기자 고맙습니다.
박선혜 기자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