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를 맞이하면서 윤리경영을 ESG의 실천 아이템 중 하나로 그 역할 범위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윤리를 전공한 필자의 눈에 윤리경영의 본질적 역할은 ESG를 실천하는 방식을 올바르게 규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ESG의 수많은 액션 아이템(Action item)을 윤리적으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경영 행위가 바로 윤리경영의 본질이다.
이러한 관점은 ESG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성 있게 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현행 ESG 경영 모델은 E(Environmental,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구조)의 3대 영역에 걸쳐 구체적 실천 항목들을 설정하여 양적 이행도를 관리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의 비중, 폐기물의 양, 신규 채용 일자리 수, 장애인 고용률, 산업재해율,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 및 여성 이사 비율 등 대부분 양적인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더 많은 지표를 더 높게 달성할수록 ESG 경영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단지 ESG ‘성과 숫자’를 맞추는 데 열중한다. 각 항목의 실천 과정에서 윤리성, 진정성 관련 이슈들이 발생하더라도 현행 ESG 모델에서는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ESG 자문 시 ‘진정성’ 논리가 ‘사업성’ 논리를 좀처럼 이기지 못했다. 장애인 고용률이 대표적인 예이다.
장애인 고용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그만이고, 고용의 질이나 고용률 달성을 위한 실질적 방식에 대한 고민은 테이블에서 사라진다. 심지어 ESG 활동의 이면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이해 상충, 불공정 거래, 권한 남용, 권리 침해, 정보 무단 활용 등의 비위 행위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린 워싱(Green washing)’처럼 윤리성, 진정성이 결여된 ESG 경영은 결국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포착되며, 무서운 평판이 담긴 청구서로 되돌아온다.
기업들은 ESG 시대를 맞아 대응 전략 수립과 이행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리경영을 ESG 활동 중 하나의 구성 항목으로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윤리경영은 ESG 활동이 얼마나 윤리적이고 진정성 있게 이행되는지, 그 ‘방식’을 관리하는 규범적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윤리경영은 ESG라는 함선이 제대로 된 속도와 방향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