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 줄 알았더니 ‘수막구균’ 감염…“백신으로 예방”

감기인 줄 알았더니 ‘수막구균’ 감염…“백신으로 예방”

기사승인 2024-10-14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단체생활이 많은 영유아를 중심으로 수막구균 감염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갖지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유행하는 혈청군에 따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에서 B혈청군에 의한 수막구균 감염증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신고된 수막구균 감염증 환자의 검체 중 B혈청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8%(25건 중 7건)였다. 해당 수치는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78%(32건 중 25건)까지 급증했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수막구균에 의한 급성 감염병으로 주로 수막염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중증 질환이다. 증상 발생 후 24시간 내 급격히 빠른 진행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0~8시간) 단계에선 발열, 두통, 오심 등 독감과 유사한 양상이 나타난다. 이후 의식 상실, 발작 등의 증세가 이어진다. 발병 후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도 치사율이 10~15%에 이른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주로 1세 미만에서 많이 생긴다. 또한 나이가 어릴수록 치료를 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크다. 호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수막구균 감염증을 앓았던 소아의 37%(109명 중 41명)가 후유증을 경험했으며, 1세 미만 비율이 50%에 달했다.   

문제는 영아의 경우 전형적인 증상인 고열, 두통, 목 뻣뻣함이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에는 어린이집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영유아가 많기 때문에 확산 가능성이 크다. 서울특별시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 시내 만 0~1세 영아 10명 중 7명가량이 어린이집을 이용한다. 

수막구균은 호흡기 비말 또는 분비물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무증상 보균자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단체생활 전 증상을 미리 살피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는 연령별 접종을 권하는 국가들이 많으며, 대부분 영아의 접종을 권장한다. 뉴질랜드, 칠레, 프랑스 등 16개 국가는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NIP)을 통해 영아의 B혈청군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도 국내 수막구균 B혈청군의 감염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백신 권장 대상자에게 기존 4가 단백결합 백신과 B혈청군 단백결합 백신을 함께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기존에는 국내에 허가된 수막구균 B혈청군 백신이 없었지만 지난 7월 한국GSK의 수막구균B 백신 ‘벡세로’가 출시됐다. 영국은 2015년 9월부터 영아 대상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벡세로를 도입해 생후 2, 4개월 2회 기초 접종과 생후 12개월 1회 추가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후 3년간 백신 접종 대상 어린이 그룹의 수막구균B 감염증이 75%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영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는 단체생활을 통해 감염병에 걸리기 쉬운데, 특히 수막구균 감염증은 치명적이다”라며 “그간 혈청군B에 의한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막구균 B혈청군 백신이 허가돼 백신 접종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유아를 둔 가정은 수막구균B 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 접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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