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한강은 당연한 기적

[이연정의 1도 올린 세상] 한강은 당연한 기적

기사승인 2024-10-14 09:23:35
이연정 충무교육원 교육연구사

10월 10일 목요일 여덟 시 조금 지난 시간이다. 시시각각 터져 나오는 뉴스들을 클릭하고 있는데, 속보가 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일순간 모든 뉴스를 멈추게 했다. 뉴스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속보를 접하며 몇 가지 생각에 잠겼다. 대한민국 문학이 세계를 향해 공을 쏘아 올렸다란 자랑스러움과 한강 작가 개인 문학사에 있었던 굴곡과 슬픔이 가슴을 적셨다. 그것은 문학의 긍정적 미래에 대한 두근거리는 희망이었고, 우리 역사가 문학적 치유 과정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 것을 직시하며 사명감과 기대감이 무게를 더했다. 왜 문학은 늘 양가적 상황과 감정을 동반하는가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책임감은 무엇인가. 

우리는 급격한 시대 변화와 디지털 혁명 속에 인문학 실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문학적 사고력은 마치 공기와 같아서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인문학적 사고력은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에서 기인하기에 구체적인 형상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치유하는 약이며 사람을 살리는 힘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사유 속에 태어나고 인간의 삶 속에서 성장하며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한다.  

일기 쓰기는 선량한 양심을 키우는 일이며 후회와 참회 속에 내일을 열게 한다. 독후감 쓰기는 타인의 사유를 공감하거나 비판할 줄 아는 역량을 키운다. 도서 대출·반납과 같은 봉사 활동은 공익의 원리와 가치를 일깨운다. 서점과 도서관을 다니는 습관은 책과 친밀해지는 지름길이다.

어릴 적부터 경험하는 독서와 글쓰기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품위와 지성을 갖게 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아름다워지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생긴다. 불확실한 미래가 온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독서와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가져올 많은 변화를 기대해 본다. 독서에 대한 붐이 일 것이고 오랜 기간 침체했던 출판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이다.

도서관과 서점을 향한 발길은 지역 문화와 경제에도 활기를 띠게 했으면 좋겠다. 교육계에서는 인문소양 교육이 강화될 것이고 올바른 역사교육에도 기여하겠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인문학이 꿈이 아닌 희망이 될 것이고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에게는 잠시나마 위로와 자랑이 될 것이다.

국민이 만들어 내는 K-팝, K-푸드, K-콘텐츠, K-드라마, K-영화에 이어 K-문학도 큰 물길을 열겠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게 한강의 기적이 아닐까? 

역사적 격변기와 금융 위기에서도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 민족이 만들어 냈던 당연한 기적처럼 한강도 당연한 기적을 만들어 냈다. 아픔 없는 성장은 없다고 한다. 격랑이 지나야 잔잔한 바다를 만나듯 독서와 글쓰기가 아이들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은 이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한강의 물줄기가 스웨덴 한림원을 지나고 있다. 한강의 물줄기는 전 세계를 돌아 제2의, 제3의 한강과 합류하여 거대한 태평양으로 나갈 것이다. 

아, 후회막심인 것이 하나 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학교 도서관과 교육청 행정자료실에서 대출받아 읽었다는 사실이다. 도서실 이용 활성화를 위해 대출 도서를 많이 읽었는데 소장의 책임감을 갖는다. 앞으로는 소장하는 책을 더욱 늘려야겠다고 다짐하며 칼럼을 마친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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