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가 끝난 시점(8월초)에 김은지 9단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중국 여자갑조리그가 10월 15~17일 3일 동안 3판의 대국이 치러지는데, 이 기간 동안 중국리그에 출전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하루 내내 고민하고, 중국리그 출전을 허락했다.” (이현욱 여수 감독)
10년 여자바둑리그 역사에 딱 한 번 등장한 적 있는 대기록. 정규시즌 ‘14전 14승’ 금자탑을 눈앞에 두고 있던 여자리그 최강자 김은지 9단이 전승 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 8월부터 예정됐던 중국 여자갑조리그와 한국 여자바둑리그 일정이 겹치면서다.
14일 오후 2시 한국기원은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13라운드 오더를 발표했다. 13라운드 첫 번째 승부인 1경기는 리그 5위 여수 세계섬박람회와 6위 포항 포스코퓨처엠의 맞대결. 이 승부에 이번 시즌 12라운드까지 한 판도 지지 않고 12연승을 질주하면서 일찌감치 리그 다승왕을 확정한 ‘끝판왕’ 김은지 9단이 결장한다.
여수와 포항 두 팀 모두 팀 전적 6승6패, 개인승 19승까지 동률인데 승자승(전반기 여수 승리)에 의해 순위가 5위와 6위로 갈린 상황이라 중요성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중차대한 경기다. 4위 부안 붉은노을이 7승5패, 3위 보령 머드는 8승4패, 한 게임 차이로 촘촘한 순위를 형성하고 있어 남은 두 라운드에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중요한 경기에 ‘승률 100%’ 최강 주장 김은지 9단이 출전하지 않는 이유는 일정이 겹친 탓이다. 중국 측에서 10월 중순으로 예정된 중국리그 14~16 라운드 출전 여부를 8월부터 물어왔고, 이에 대해 김 9단의 어머니와 이현욱 감독은 숙고 끝에 중국 여자갑조리그에 출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현욱 감독은 “초반 2패를 당하다 2승을 거두면서 팀이 2승2패인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중국에서 한 판을 두는 것이었다면 일정을 조정하는 방향을 얘기했겠지만, 3판이 연달아 펼쳐지는 상황이기도 했고 지난 3년 동안 김은지 9단이 여수 팀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은지 9단은 ‘2024 중국 여자갑조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자갑조리그 ‘상하이청일’ 팀 소속인 김 9단은 이번 시즌 5승1패, 중국 여자갑조리그 통산 전적 12승2패로 압도적인 모습이다.
2024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3판 다승제 14라운드 더블리그(총 56경기, 168대국)로 순위를 가리고,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열릴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 우승 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3500만원이며,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다. 상금과 별도로 승자 130만원, 패자 4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피셔) 방식으로 장고는 각자 40분에 추가시간 20초, 속기는 각자 10분에 추가시간 20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