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법 조항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정족수 제한이 사라지면서 헌재가 마비되는 사태는 피했다.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심리도 가능해졌다.
헌재는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의 정족수가 부족해 본인의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법 23조1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신청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는데,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인용 배경을 밝혔다.
이어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할 수도 있다”라며 “그런데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그 후 본안심판의 종국 결정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이러한 절차를 제때에 진행하지 못하여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법 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다. 헌재 재판관 정원은 9명이며, 이중 이종석 헌재소장을 포함해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한다. 이 경우 가처분 대상이 된 조항에 따라 심리를 열 수 없다.
후임 재판관 3명은 국회가 지명하는데 여야가 추천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여야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한 명은 관례대로 합의해 추천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원내 1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부터는 재판관 6명 체제가 돼 헌재 마비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해소됐다.
이 위원장도 헌재 결정에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다”고 밝혔다.
그는 “헌정 질서를 지켜내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민주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라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를 이번 인용을 통해 엄숙하게 깨닫게 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