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진행된 예금보험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로 선임되면서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예보 참고인들은 이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다.
14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최근 사임서를 제출한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위원의 낙하산 논란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지난 8월 서울보증의 상임감사직에 선임된 바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김 전 행정관이 서울보증의 감사로 임명되자 금융과 관련된 이력이 전혀 없어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특히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서울보증을 선택해 취업하게 됐다’고 밝혀 논란이 더 커졌다.
포문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김현정 의원은 “김대남씨는 건설회사 출신으로 금융경험이 전무하고 보증보험의 전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국정농단 사건으로까지 볼 수 있는 대단히 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하산 인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채용절차법을 위반한 채용비리에 해당할 수도 있다”면서 “예보가 조력했다면 해당 금융기관 임직원은 공범으로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도 합세했다. 이 의원은 “위원회 선임은 추천 과정에서부터 선임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불투명해 문제가 있다”며 “김대남씨에 대한 선임 당시 예보의 기획부장께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해 김씨 자격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데 찬성했다. 예보가 내부적으로 공식 협의를 거쳐 김씨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유재훈 사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 인사를 포함한 (SGI서울보증의) 내부 경영은 예보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MOU 업무협약 운영 방식이 바뀌면서 인사를 포함한 내부 경영은 예보가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선임 절차는 부장 전결로 이뤄지며 사전에 예보 내에서 협의나 외부에서 추천 받은 바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기억나지 않는다” 일관한 예보 부장…의원들 “증인으로 불러야”
유재훈 사장이 거론한 ‘부장 전결’과 관련해 이상우 예금보험공사 기획조정부장도 정무위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이 부장은 상근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임원추천위원회 의사록에서 김대남 전 감사를 추천한 것으로 기록돼 있어 낙하산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이정문 의원은 당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했던 예보 이 부장에게 김 전 행정관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이에 이 부장은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이 됐고, 그에 따라 관례적으로 의결하기 전에 (내가) 이 분 의결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형식적으로 제안했을 뿐, 먼저 이름을 꺼낸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금융위원회나 대통령실로부터 추천받았는지 대해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누가 처음 김 전 행정관을 얘기했는지에 대한 조승래 의원의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했다. 이에 조승래 의원은 “이상우 부장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시겠냐. 다시 한번 기회를 드린다”며 “여당 대표와 대통령이 김 여사 라인이 있냐 없냐를 두고 다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추궁했다. 그럼에도 이 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부장이 국정감사에서 ‘모르쇠’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관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국감 시작 전 위증에 관한 선서는 증인까지다. 참고인 신분은 위증에 따른 법적 체재를 받지 않는다. 때문에 이상우 기조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음에도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무위 의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무위는 향후 진행될 종합감사에서 여야 간사 합의 뒤 이 부장을 일반 증인으로 다시 부른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태로 치유됐다’ ‘모든 일 기억 못해’…유재훈 사장의 ‘말말말’
“당사자가 사퇴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하자가 치유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기억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유재훈 예보 사장이 증인으로 이어간 여러 발언들도 도마위에 올랐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이 “지금 이렇게 엉터리로 사람을 뽑아놓고 마치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 문제가 될 법한 내용 질문하니 기억 안난다고 얘기하고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이에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저는 결재권이 없다”면서도 “당사자가 사퇴를 했다. 요건과 관련해서 적절하냐 아니냐는 결과적으로는 하자가 치유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 사장이 ‘치유’됐다고 발언하자 김 의원을 실소를 지었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유 사장의 ‘치유됐다’ 발언을 비판했다. 신 의원은 “하자가 치유됐으니 문제가 없다니, 이런 태도로 어떻게 공공기관으로서 투명성을 유지하시려고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4시20분부터 재개된 국정감사에서도 유 사장의 ‘실언’은 이어졌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김대남 선임 주총 직후 유재훈 사장에게 언제 보고했느냐”고 질의하자, 윤재호 금융정리부장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재훈 사장은 “임추위 사전이든 사후든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적 없다. 국정감사 관련해서 (김대남 전 감사에 대한) 보고는 받았다”고 해명하자 천 의원은 “국감은 10월이고 주총은 8월인데 변명 과정에서 위증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유 사장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수는 없잖은가”라고 답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의원들은 재차 탄식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