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접전을 벌였다. 야당 후보들의 치열한 ‘3파전’ 끝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었지만, 끝내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진보당과 혁신당은 다음 지방선거 등에서 당선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16 영광군수 재선거 개표 결과 장세일 민주당 당선인은 1만2951표,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9683표, 장현 혁신당 후보 8373표를 득표했다.
득표율을 들여다보면 민주당 득표율이 41%였고, 진보당이 30.72%로 뒤를 이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라 불리는 호남에서 진보당이 민주당을 약 10%p 차로 바짝 추격한 것이다. 혁신당도 26.5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혁신당·진보당·무소속의 득표율을 합치면 거의 60%에 육박했다.
이번 영광선거에서 진보당이 최종 2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선거 초반 호남에서는 ‘조국혁신당 돌풍’이 불었다. 조국 혁신당 대표가 곡성과 영광에 각각 월세방을 구해 ‘한 달 살기’에 나서는 등 당력을 집중해 선거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심이 약했다는 평가다. 혁신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조직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거 초반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의 ‘네거티브전’의 여파도 진보당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 장현 혁신당 후보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의 폭력·사기 전과 사실을 문제 삼았고, 장세일 후보는 장현 후보를 철새라고 비판했다. 결국 두 후보는 법적 공방전까지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이를 기점으로 10월 첫째 주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진보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또 진보당의 ‘바닥 훑기 전략’도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은 선거 두 달여 전부터 당원들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농촌 일손을 도와주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두 정당이 선거에 패배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호남 정치 지형과 구도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경쟁자가 없어 민주당 후보면 손쉽게 압승했던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현재 2년이 채 남지 않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호남정치 지형 다극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보당이 영광에서 2등을 했다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다만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직까지는 분열할 때가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혁신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 다음 선거를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며 “모두 전국정당·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