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대표하는 신산업 메타버스가 VR, AR,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과 활발히 융합하고 있다. 지난 17일 개막한 ‘메타버스, 융합의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열린 ‘KMF 2024’ 현장에서 극사실적인 초실감형 메타버스가 문화, 예술, 역사, 일터 등 곳곳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서 개막한 KMF 2024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메타버스 산업을 주도하는 158개 기업이 참가했다. KMF 2024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개막식에 참석해 “가상융합산업진흥법 시행을 계기로 혁신적인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더욱 촘촘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거 메타버스는 거대 기술 기업들이 게임과 융합해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소개됐다면, 2024년 메타버스는 콘텐츠 제작 과정의 디테일을 높일 수 있다.
‘Pixotope(픽소톱)’는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인 XR 설루션(버추얼 프로덕션 등) 개발사로서 메타버스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픽소톱은 이번 전시에서 ‘Talent Track'을 선두로 내세웠다.
해당 기술은 미디어의 완성도를 높인다. 과거에는 가상 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출연자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후작업을 통해 가상 현실을 입혔다. 어벤저스와 같은 마블 영화의 메이킹 장면 속 배우들이 초록색 크로마키 앞에서 온 검은 옷을 입고 온 몸에 적외선 센서(스티커)를 붙인 채 연기 했던 이유다. 이 기술은 첨단 트래킹을 활용해 모든 각도에서 사람을 추적하고 즉시 모니터에 송출한다. 후작업 시간을 줄여 소요되는 시간을 최적화하고,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픽소톱 관계자는 해당 기술에 대해 “10~20년 전 방송에서 사용한 그래픽을 보면 만화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제는 메타버스 통합 솔루션으로 그래픽이 실사화 돼 생동감을 높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주식회사 ‘리타’는 가상 공간을 통해 역사를 체험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는 백제, 로마, 앙코르와트 등 6 곳의 문화유산 공간 체험이 가능하다.
정승희 리타 대표는 “역사는 VR로 구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콘텐츠다. 현재는 사라져 인류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문화유산을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체험하는 방식이다. 향후에는 서울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가상공간에 옮겨 메타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적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일반 관광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엠버스703’는 메타버스 공간에 예술 작품을 전시해 이목을 끌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3차원으로 접할 수 있다. 최대 5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고, 함께 접속한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노치욱 스튜디오 엠버스 703 대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현재 유능한 작품뿐만 아니라 잊혀져 가는 작품들을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공간에서는 故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도 경험할 수 있다. 예술과 메타버스의 융합은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는 물류 플랫폼과 융합해 생산성을 높이는 글로벌 스마트 항만의 주역이기도 하다.
‘심스리얼리티’는 한진부산 컨테이너터미널 현장과 메타버스 인터랙션을 위한 지형·설비·장비를 3D로 구현했다.
AI와 메타버스 기반 물류 서비스 제공을 통해 선박 대기 시간 감소, 선석 할당 개선, 트억 턴타임 등 항만운영 KPI를 향상한다. 실증 목표는 AI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가상항만에서 작업 계획을 세워 부두를 운영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해 각 컨테이너의 배치 장소를 추천받고, 선박 입항 시 크레인 운항 계획을 추천받아 병목현상을 줄여 효율을 높인다. 이슈 발생 시 메타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문제를 빠르게 파악한다.
박성혁 심스리얼리티 기업부설연구소 PM은 “글로벌 스마트 항만은 전 세계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아날로그식으로 운영되던 현장을 AI로 검증한 뒤 메타버스로 실증해 보니 효율이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 메타버스는 스마트 항만 프로젝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정부도 체감하고 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현장에서 “정부도 이러한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메타버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 개발 인재 양성, 그다음에 기업 육성 저변 확대, 기본 체계 정립 등 이런 분야에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지원과 함께 메타버스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진행된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메타버스가 어디로 진화하고 있는지 고민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인력 양성, 정부의 지원, 정책 변화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현상을 불러올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