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삼성전자 위기설’에 대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산업계에 어떤 위기가 닥친 것에 대한 상징적 현상”이라며 “(반도체 이후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을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20일 KBS1 일요진단에서 “개인적으로 ‘삼성의 위기’라는 말에 크게 동의는 안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 스스로 위기론이 나오는 걸 봤을 때 실존하는 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79조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인 10조원을 넘지 못했다. 실적 발표 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성과 부진·주가 하락에 대해 이례적 사과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를 연일 순매도하는 등 투자 심리는 호전되지 못하는 중이다.
다만 박 수석은 “삼성전자가 그냥 위기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삼성그룹이 바이오에피스나 바이오로직스에서 바이오 제조를 해낼 수 있었던 건 반도체를 통해 쌓은 공정 혁신과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도래하는 AI, 바이오 시대의 빅 웨이브에 올라탐으로써 다시 금방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실은 올해 연말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 4기 건설 계획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전기발전 용량 상 용량이 170메가와트∼350메가와트인 SMR을 4개 정도를 묶어야 대형 원자력 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출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국회 동의 전망에 대해 “SMR은 공장에서 완성해 출하할 수 있는 원전이다. 이는 원자력 기술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수출 주력 효자 상품이 될 수 있는 기술”며 “이런 점에서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SMR은 아직 표준화가 마련되지 않은 기술이다. 기술 개발을 하며 인허가 기준을 동시에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형 SMR을 개발하며,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적시에 SMR 인허가를 할 수 있도록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방문을 통해 구축한 원전동맹에 대해선 “기존 한·미 원자력 동맹을 한·미·체코로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원전은 단순히 하나의 발전소가 아닌 원자력의 응용 기술이다. 고도의 전략 기술 분야 협력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원전 동맹은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서 동맹 수준의 협력을 한다”고 말했다.
원전 수주를 대가로 한국의 첨단기술이 체코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일각에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는 기술을 나눌 수 있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 이 기술을 나눴을 때 없어지지 않으며, 체코와 나눴다고 해서 체코가 우리의 경쟁국이 되는 것도 아니”라며 “체코는 우리가 약한 부분인 기초 과학 분야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다.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서 유럽과 연결해 주는 통로 역할 이상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노벨과학상 수상 전망에 대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게 약 30년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기초연구 R&D 투자를 강화해, 세계 최초의 질문에 답하는 새 분야를 여는 연구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면 노벨과학상도 머지않은 시기에 받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