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개념 확장 원년…2023년 독서문화 통계 살펴보니

독서 개념 확장 원년…2023년 독서문화 통계 살펴보니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년 독서문화 통계’ 발간
만화, 웹툰 등 그림으로 구성된 도서, 잡지도 포함

기사승인 2024-10-28 11:37:56
2023년 출판 콘텐츠별 독서율 및 독서량 통계. 대한출판문화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 산하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가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독서문화 통계’ 보고서를 발간했다. 

‘책’은 근대 인쇄술 발명 이전부터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만들어져 왔고, 매체 형식에 따라 독서 행위 역시 다양한 양태로 존재해 왔다. 출협은 지금까지 통상적인 독서율 조사에서는 새로운 매체 환경과 다양한 독서 행위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채, 만화나 웹툰과 같이 그림으로 구성된 도서, 수험서나 논문, 잡지 등 다양한 종류 출판물이 배제돼 왔다고 짚었다.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는 ‘독서’와 ‘출판’ 개념을 확장시켜 이번 조사를 수행했다. 연구소는 ‘독서’ 개념을 ‘모든 종류의 출판 콘텐츠를 읽는 행위’로 규정하고, ‘출판 콘텐츠’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조와 저작권법 제63조에 의거해 ‘글과 그림 등 저작물을 종이나 전자적 매체에 실어 편집·복제하여 발행한 간행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는 학습참고서·교과서·수험서 그리고 출판만화를 포함한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웹소설과 웹툰 등 웹콘텐츠, 잡지·웹진 아울러 학술지 논문까지, 다양한 매체 형식의 출판 콘텐츠를 포함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출판 콘텐츠와 독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독서문화 통계를 매년 발간할 예정이다. 

출협은 “독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의 독서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자주 보도돼 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근거는 없다”면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한국 독서율 세계 166위’, ‘월평균 독서량 미국 6.6권, 한국 0.8권’ 등은 출처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기구, 세계 각국 정부와 조사업체 등이 나름의 방식으로 독서율 및 독서량 조사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체계적인 통계를 내놓는 곳은 없다”고 설명한 출협은 “독서에 대한 정의나 조사에 포함하는 매체가 상이하므로, 독서율 조사는 각국 환경과 상황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번에 출협이 발표한 ‘2023년 독서문화 통계’ 조사는 만 19세 이상 국민 총 1000명을 표본으로 실시했다. 표본 설계는 성·연령·지역을 고려한 비례배분 방식으로 이뤄졌고,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는 ±3.10%p로 설정됐다. 설문은 총 25개 문항으로, 독서 경험 유무, 매체별 독서량과 구매량, 독서시간, 독서생활 변화, 선호 분야 등을 물었으며, 이외에 도서관 이용 양상이나 정보 습득, 저작권 인식 등 독서문화를 둘러싼 포괄적인 사항에 대한 문답도 있었다.

독서 이유 및 독서 방해 요인.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년 성인 종합 독서율 85.4%

‘2023년 독서문화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성인 중 종이책, 전자책, 웹소설, 웹툰, 오디오북, 잡지·웹진, 학술지 논문 등의 출판 콘텐츠를 한 번 또는 일부만이라도 읽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85.4%로 나타났다. 출판 콘텐츠별 독서율을 보면, 종이책 79.1%, 전자책 34.9%, 웹소설 24.7%, 웹툰 38.5%, 오디오북 22.0%, 잡지·웹진 32.4%, 학술지 논문 19.8% 순으로 나타났다

2023년 성인 1인당 평균 독서량의 경우 종이책 5.4권, 전자책 1.1권, 웹소설 31.7화(0.9작품), 웹툰 54.6화(2.8작품), 오디오북 0.8권, 잡지·웹진 1.2호, 학술지 논문 0.6편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출판 콘텐츠를 읽거나 듣는 독서 인구에 한정해서 독서량을 살펴보면, 종이책(791명) 평균 6.9권, 전자책(349명) 평균 3.3권, 웹소설(247명) 128.4화(3.7작품), 웹툰(385명) 141.9화(7.2작품), 오디오북(220명) 3.7권, 잡지·웹진(324명) 평균 3.7호, 학술지 논문(198명) 평균 3.1편으로 조사됐다. 

출협의 독서율 및 독서량 조사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4년 4월에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다. 종이책, 전자책(웹소설 포함), 오디오북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의 독서율은 43.0%, 독서량은 종이책 1.7권, 전자책 1.9권, 오디오북 0.3권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주요 이유는, 첫째 출협의 조사는 매체적 환경의 변화에 맞춰 웹툰, 잡지·웹툰, 학술지 논문 등을 독서율 조사에 포함했다는 점, 둘째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와 달리 출협의 조사는 독서율에서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이 밖에도 출협의 조사 설문에서는 완독하지 않은 책도 집계에 포함한다는 점을 명시했고, 응답자의 학력이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대상 기간과 약 4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매체 환경 변화를 고려한 독서주기 및 독서생활 변화도 조사했다. 종이책의 경우 주 1~2회 읽은 경우가 29.8%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월 1~2회가 23.9%로 집계됐다. 종이책 독서 1회당 평균 독서시간은 1시간33분으로 다른 출판 콘텐츠에 비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웹툰의 경우 매일 이용 빈도가 19.0%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1회당 평균 독서시간은 52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대비 독서 생활 변화를 물었을 때 독서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1.3%, 독서량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21.7%가 나왔으며, 감소 응답은 각각 31.4%, 32.5%로 나타났다. 반면 TV 및 동영상 플랫폼 시청시간은 41.8%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독서 이유는 ‘교양’과 ‘재미’, 독서 방해 요인은 ‘업무·학업’과 ‘다른 콘텐츠’

독서 이유는 ‘식견을 넓히고 교양을 쌓기 위해서’(23.8%)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재미있어서’(19.5%), ‘전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19.2%),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16.4%) 등으로 나타났다. 다만 20대와 30대에서는 그 이상 연령대와 달리 ‘재미있어서’가 가장 높게 나타나(각각 22.8%, 24.3%), 오락적 목적으로 독서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독서 방해 요인으로는 ‘업무·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16.1%),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16.0%), ‘다른 여가 및 취미활동’(14.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독서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보다는 감소했다는 응답이, TV 및 동영상 플랫폼 시청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보다는 증가했다는 응답이 더 많이 제출된 점을 고려하면, 독서 방해 요인에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00명의 성인 중 57.9%가 도서관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용 목적으로는 ‘도서 대출 및 열람’(45.8%), ‘여가 시간 활용’(20.7%), ‘학습 및 업무’(13.6%) 순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이용 개선 요구사항으로는 ‘도서관 접근성 강화’(38.5%), ‘도서관 장서의 확충’(29.4%), ‘도서관 시설 및 환경 개선’(17.6%)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대다수(90.2%)가 도서관 이용이 경제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도서관 이용이 실제로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는지는 보완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도서 구입비를 어느 정도 절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도서관에서 도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저작권료가 지불되는 것으로 알고 있냐는 질문에, 저작권료가 ‘지불된다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36.6%, ‘지불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응답은 21.5%로 알고 있다. 실제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악 재생은 옳게 인지한 응답이 63.5%였던 것에 비해, 공공대출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저작권료가 지불되고 있다고 오인한 응답이 36.6%에 달했다. 더불어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41.9%로 집계돼 해당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경우나 도서관에서 도서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모두 저작권료가 지불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각각 67.2%, 64.6%로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돼 음악의 공연사용료 및 공연보상금과 마찬가지로 공공대출보상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가 ⅔가량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협은 “만약 도서관 이용이 도서 구입을 줄이는 데 실제로 일정 부분 도움이 되고, 공공대출보상제도 필요성에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면, 관련 정책 수립 과정에서 도서관 도서 대여에 따른 저작권자 및 출판권자 손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출판과 독서에 대한 정책적 지원 지속돼야

출협의 이번 조사는 독서의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매체 형식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행위를 포괄적으로 다루어 새로운 독서문화 통계 자료를 제시했다는 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를 통해 출판 및 독서 생태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고, 특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국민의 독서 생활을 다각도로 조망하고자 했다. 책과 독서는 개인의 지적 성장과 나아가 사회 발전에 불가결한 만큼, 그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새로운 시각을 반영한 정확하고 심도 있는 자료를 토대로 할 필요가 있다. 

출협은 “현 시점 해외 독서율 조사는 우리나라만큼 체계적으로 수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각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충분한 사실 확인이나 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세계 독서율 비교는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출협은 “이번 조사가 기존 독서율 조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수행된 첫 번째 조사인 만큼, 향후 조사를 매년 누적하고 후속적인 연구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3년 독서문화 통계 원문 파일 전문은 대한출판문화협회 누리집 자료실에서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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