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백종원 대표이사가 최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다만 공모가 산정 방식과 브랜드 폐점 등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본코리아는 28일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호텔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실시했다. 간담회에서는 백종원·강석원 각자 대표이사와 임원진들이 참석해 더본코리아에 대한 기업 설명에 나섰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 외식 프랜차이즈 기반의 ‘외식사업’과 HMR, 가공식품, 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유통사업’, 제주도의 더본호텔을 통한 ‘호텔사업’을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지난 1994년 인테리어 무역업 및 건축자재 판매업 등을 주요 목적으로 설립했으나, 2004년 외식업으로 변경하면서 상호도 다인인더스트리얼에서 더본코리아로 변경했다.
강석원 대표이사는 “저희 주요 사업의 매출구성은 외식과 유통업으로 구성됐다. 지난 2023년말 연결기준 외식사업 85.9%, 유통사업 11.2%의 비중으로 매출액은 4107억원”이라며 “주요 사업인 외식사업의 경우 2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텔사업은 백종원 대표이사가 직접 설명했다. 백 대표이사는 “관광업에서 뭐가 중요할지 생각한 결과 지역에 숙소가 굉장히 필요하다. 군 단위 지역에는 비즈니스 호텔도 찾기 어렵다. (당사 호텔은) 제주도 바닷가 근처가 아닌 일부러 산 부근에 만들었다. 바다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 중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며 “호텔사업은 수익성보다 지속적으로 브랜딩하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된다. 시간이 지난 시점에 호텔 프랜차이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운영자금 및 타법인증권취득자금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F&B 관련 업종 등 기업 인수합병(M&A) 및 지분투자에 공모자금 순수입액의 약 96%에 해당하는 935억600만원을 배정했다. 아울러 나머지 34억3500만원은 신규 메뉴 개발과 개선 등 리뉴얼을 통한 브랜드 강화 및 개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조달 자금이 채무상환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더본코리아는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모가 산정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기업가치를 산출하기 위한 피어그룹(비교기업) 선정에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식품제조유통 전문 기업을 포함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공모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유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대입하는 상대가치법을 사용했는데, 프랜차이즈 기업의 예가 없어 식품제조 유통 전문기업을 (대입)해서 PER 평균을 15.78배로 했다”며 “이것은 굉장히 과하게 책정됐다”고 꼬집었다.
더본코리아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예정가액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으로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4개사를 선정했다. 주가수익비율(PER) 8배 미만인 SPC삼립(5.54배), 매일홀딩스(2.33배), 삼양사(3.98배) 등과 최곳값을 기록한 교촌에프앤비(29.65배)는 제외됐다. 선정 기업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299억에 평균 PER 15.78배를 곱해 산출한 주당 평가가액은 3만465원으로 여기에 평가액 대비 할인율 8.09% ~ 24.50%을 적용해 희망공모가를 내놨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의원은 “(더본코리아는) 50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 살아남은 브랜드는 25개다. 그런데 이 25개 브랜드 중에서도 점포 10개 미만이 8개나 된다. 백종원씨가 샐럽으로서 성공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월등히 더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모가 산정 논란과 관련해 강석천 더본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피어그룹 선정과 관련해서 저희가 단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주관사들과 협의해서 진행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5일 기준 공시한 투자설명에서 “더본코리아의 최근 3개년 매출액 성장률은 39.67%로 피어그룹 4개사 평균 8.04%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근 5개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평가액 대비 할인율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브랜드 폐점에 대해 “새마을이나 본가 등은 20년이 넘은 브랜드다. 20년이 넘게 이어왔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장사가 안돼서 폐점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대물림이 안 된 경우가 많다. 또 상권 권리금에 따른 점포정리도 다수다”고 해명했다.
간담회에서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앞서 시장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높은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브랜드 이미지 선호도 구축에 중심인 백 대표에 대한 인기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부재 시 브랜드 가치 하락 및 수익·성장성에 진통을 겪을 수 있어서다. 백 대표는 “미디어에 노출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사람 일은 모른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볼 때 큰 일이 발생할 것은 없다고 본다. 자연발생인 사고 말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 대표는 “상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우리 회사와 많은 점주님들이 노력해서 고물가 시대에 나름대로 외식업의 마지노선을 이루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은퇴한 후 역할을 오랫동안 해줄 수 있으려면 기업이 공개돼야 하고, 투명하게 경영돼야 한다. 현재 기능을 유지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대흥행’…외신도 고평가
더본코리아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3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진행한 더본코리아 수요예측은 국내외 2216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734.67 대 1을 기록했다. 확정 공모가인 3만4000원 기준 총 공모 금액은 1020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4918억원 수준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의 참여물량 기준으로 99.73%가 공모 밴드 상단 및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외신은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흑백요리사 등 K-콘텐츠에서 나타난 음식 문화가 인기를 끄는 절호의 시점이라는 평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의 인기 프로그램(흑백요리사)으로 유명해진 셰프가 자신의 외식기업을 1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가치로 거래, 한국의 IPO 시장을 활성화할 준비가 됐다”고 호평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백 대표를 한국의 ‘고든 램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백 대표가 30년 전 설립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주식 매각이 한국 식품 산업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을 유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외식 분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본코리아는 상장 이후 외식 사업을 고도화하고, 기업 및 군 급식 등으로의 B2B유통 채널을 확대해 안정적인 캐쉬카우를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 개발 및 축제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 설립한 민관협력 외식창업교육기관인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특산물을 활용한 외식 메뉴 및 브랜드 개발, 지역축제 활성화 컨설팅 등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한다.
또 더본코리아는 해외 시장 부문에서 149개 직가맹점의 안정적인 운영과 마스터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프랜차이즈 진출을 통해 성장을 꾀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빽라면, 빽다방, HMR 등 K-푸드 제품 수출을 본격화하고 현지 식생활과 트랜드에 적합한 소스 등을 해외 가맹점 중심으로 유통해 K-Food를 선도하는 진정한 글로벌 종합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한편, 더본코리아는 28~29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진행한 뒤 오는 11월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