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 진영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에도 이상돈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면서 ‘중도 확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과 100분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찬은 이 대표 측에서 먼저 윤 전 장관에 정국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 만남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배석자는 없었다.
윤 전 장관은 보수 정권인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참모로 활동하는 등 보수 진영의 책사로도 불린다. 윤 전 장관은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선대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해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제 상황 등 현재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 사회 원로 같은 어르신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윤 전 장관의 의견을 구했다.
윤 전 장관은 현 정국에 대해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국민적 역량을 다 모아도 쉽게 지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저렇게 국민 신뢰도가 낮으니, 국정 최고 책임자가 저러면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며 “윤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적 지지도 높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지 그런 부분을 신경 안 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민생이 국정의 기본이다. 이 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장관의 우려에 “저희도 국가가 워낙 불안정해지니 국민들 삶에도 악영향이 너무 크다. 정국이나 국정 운영이 안정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보수 원로로 꼽히는 이상돈 전 의원을 만났다. 12일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대표가 연일 보수 원로를 만나는 것은 보수 접촉면을 넓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보수 원로’ 이 전 의원, 김 전 비대위원장, 윤 전 장관을 만난 바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합리적 보수라고 칭해지는 어른들을 연쇄적으로 만남으로써 중도층을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2차 여야 대표 회담 개최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 또 국민들이 서로 적대적으로 가는 상황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럴 때일수록 만나야 한다. 문제들을 드러내 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 대표께서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대표가 이날 비공개 오찬에서 윤 전 장관과 민생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려진 만큼, 한 대표에게 민생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거듭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찬 이후 진행된 소상공인 간담회 자리에서 “조금 전에 윤 전 장관하고 점심을 같이 했는데, 역시 그분도 제일 큰 걱정이 경제 문제, 민생 문제더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