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3조8000억원에 그쳤다. 다만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5세대 제품인 ‘HBM3E’ 관련 4분기 판매 확대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31일 연결 기준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9조1800억원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 2022년 1분기 77조7800억원 이후 역대 분기 최대다. 영업이익은 DS부문의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1조2600억원 감소했다. 상세히 언급되지 않았으나 일회성 비용은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DS 부문은 지난 2분기 ‘깜짝 실적’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던 DS 부문은 지난 1분기 1조9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기지개를 켰고, 2분기 6조4500억원의 실적을 내며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4조원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7조300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 ‘반성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의 이례적 사과 메시지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DS 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9조2700억원,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이다. 메모리 사업부는 선방했으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실적은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메모리는 AI 및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HBM과 DDR5, 서버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 분기 대비 매출은 성장했으나,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영향 등으로 이익은 감소했다. 시스템LSI는 매출 극대화 및 재고 최소화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일회성 비용 증가로 실적을 하락했다. 파운드리도 수요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줄었다.
시설투자는 DS부문, 특히 메모리에 집중되고 있다. 3분기 시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3000억원 증가한 12조4000억원이다. DS 부문 10조7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원 수준이다. 메모리는 전년 수준의 시설 투자가 전망되지만, 파운드리는 투자 규모 축소가 전망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신규 팹과 제조라인 보완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메모리 관련 긍정적 전망을 언급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용으로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시장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 관련 언급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와 관련 일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HBM3E 개선 제품도 준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내에 해당 제품의 양산화를 위해 고객사와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6세대 HBM4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오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김 부사장은 “복수 고객사와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도 HBM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부사장은 “전체 HBM의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성장했다”며 “HBM 사업 내 HBM3E의 매출 비중은 10% 초중반 수준까지 증가했고, 전 분기 발표 수준을 하회하더라도 4분기에는 HBM3E 매출 비중이 50%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