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경기 성남시 위례지구에 추진 중인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의 명칭을 글로벌센터로 바꾸고 건립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항 지역사회가 또 한 번 들끓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성남 글로벌센터 추진을 위해 내부 조직의 명칭을 ‘글로벌센터 건립추진팀’으로 명명하고 관련 사업에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부지에서 지난해 4월 문을 연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토대로 그룹 R&D(연구개발)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분원 설립 계획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 추진돼 당초 올 2월 기공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반발 등으로 기공식은 철회된 바 있다.
포스코는 성남 글로벌센터를 통해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AI(인공지능), 수소 등 분야에서 글로벌 대학·연구기관과 함께 미래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명칭 변경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측은 “글로벌센터는 수도권 글로벌 연구개발 기능보강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미래기술연구원 본원과 함께 그룹의 글로벌 연구 클러스터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사회에선 포항 본원 중심의 운영이 돼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 분원 계획이 발표된 지난해 말 이후부터 꾸준히 철회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기업포스코바로세우기위원회(포세위)’는 글로벌센터 추진과 관련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취임 200일이 지났으나 포항으로 본원 주소를 옮겨놓은 미래기술연구원에 대해 아직도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고, 포항시민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면서 “우리가 이미 수십 번 밝혔다시피 미래기술연구원은 본원 주소뿐 아니라 그 실체의 모든 중심이 포항으로 와서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과 융합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세위는 이어 “성남 위례지구에 투자하겠다는 2조5000억원의 예산만 하면, 포항에선 연구원들의 최고 정주여건과 문화시설, 몇 년 치 인건비와 주요 연구 장비들까지 다 충당할 수 있다”면서 “최근 포스코가 경영 부진을 이유로 포항에 1조2000억원 투자 계획 백지화를 포함해 30만평 이상의 투자를 취소하는 등 포항지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만큼, 성남 위례지구 미래기술연구원 설립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당초 포항시민들과의 약속대로 포항 중심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임종백 포세위 위원장은 “포항 중심의 운영 체계 없이 성남 위례지구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장인화 회장 퇴진 운동을 비롯해 포항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강력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의원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2대 국회서 당선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남구·울릉)은 지역구의원이 되기 전인 지난해 말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분원과 관련해 “포항시민으로서 깊은 우려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백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수도권 분원은 부지 면적만도 본원의 24배가 큰 5만여m²에 달하고, 사업비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해 포항 본원에 투자된 48억원의 400배에 이른다”며 “수도권 분원이 실질적인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포항 본원은 그저 이름만 ‘본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항북구 의원인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해 말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의 수도권 분원 설치는 2022년 2월 포항시와 포스코 그룹이 합의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 설립’ 등 ‘포항 중심 운영체계 구축’을 전면 위반한 것”이라며 “포스텍을 비롯한 세계 수준의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포항을 중심으로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역할과 규모를 확대해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진 신중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휘 의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포항시와 포스코가 지금까지 갈등을 빚어오면서 서로의 입장이 교통정리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면서 “지역구의원으로서 일차적으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본 뒤 신중하게 의견을 내는 것이 갈등을 부추기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한 해법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서로의 입장을 듣고 중재하는 역할에 있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