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군 고위 장성, 언론사 간부와 같은 위치는 국가와 사회 권력의 핵심에 가까운 자리다. 이들이 자신의 경력을 무기로 정치권에 진출하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한 사례를 목도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검찰이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했다. 검찰의 조직은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섰고, 검찰 내부조차 진영 논리에 휘말렸다. 정치적 중립은 퇴색되고,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언론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자 출신 정치인들이 과거 언론 경력을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거나, 특정 세력을 대변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언론이 정치권의 사유화된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국민은 객관적 사실보다 왜곡된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된다.
국가·사회 권력기관 출신의 정치권 진출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몇 가지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공적 권력의 사유화다. 검찰과 군대는 국민을 위한 기관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기관들이 특정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면, 그 공공성은 사라지고 국민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된다.
둘째 사회적 갈등의 심화이다. 권력기관이 특정 정치 세력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순간, 국민은 그 기관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는 사회적 분열을 키우고,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약화시킨다.
셋째 민주주의 원칙의 파괴다. 권력기관의 중립성이 무너지고 정치권과 결탁할 때,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정치 유예 기간 도입이 필요하다. 검찰, 군대 같은 권력기관 출신들이 퇴직 후 일정 기간 정치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퇴직 후 5~10년간 정치권 진출을 금지한다면, 권력기관과 정치권의 경계가 분명해질 것이다.
둘째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언론인이 정치에 진입하려 한다면 역시 일정기간 정치권 진출을 자제, 과거 언론사와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고 독립성을 유지할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와 독립적인 감시기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사회 권력기관의 중립성을 감시하고, 정치적 도구화 시도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사회 권력기관의 종사자들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신뢰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검찰은 법치와 공정을 지키는 기관으로,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조직으로,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는 감시자로 기능해야 한다. 이들의 역할은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과 헌법을 위한 봉사로 한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치와 권력기관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권력기관의 신뢰 회복, 그것이 민주주의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