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신임 의협회장 “폭주기관차 멈춰야”…강경노선에 의정갈등 해법 미궁

김택우 신임 의협회장 “폭주기관차 멈춰야”…강경노선에 의정갈등 해법 미궁

기사승인 2025-01-08 21:15:43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정문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제43대 회장에 당선됐다. 김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선 정부의 의료개혁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제43대 회장 선거 결선투표 개표 결과 기호 1번 김택우 후보가 1만7007표를 획득해 60.3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엔 선거인 5만1895명 중 2만6895명이 참여해 51.8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결선 상대였던 기호 2번 주수호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는 1만1160표(39.62%)를 받았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막말 논란 속에서 6개월 만에 탄핵당하면서 치러지는 보궐 선거였다. 김 당선인은 이날 곧바로 취임해 임 전 회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2027년 4월30일까지 의협을 이끈다.

김 신임 회장은 이날 당선 소감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은 의료대란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급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폭주 기관차의 기관사가 하차한 상태다”라며 “이 기관차를 멈출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될 시기다”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탄핵소추 된 윤 대통령을 폭주 기관차 기관사에 빗댄 것이다.

김 회장은 “2025학년도에 과연 의대생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한 지점에서부터 정부가 교육 마스터플랜을 내야 한다. 그 플랜을 제출해야 우리가 2026년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나온다”면서 “현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선 잘못된 의료개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 55% 이상이 잘못된 의료개혁을 멈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도 고집을 더 이상 피울 것이 아니라 정책을 멈춰야 한다”라며 “이제 우리와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논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25년도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2026년도 정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밝혀달라”고 전했다.

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진행된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 결선투표 개표 뒤 당선을 확정지은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대현 기자

의료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투쟁을 고려할 것인지 묻는 질문엔 투쟁만이 대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투쟁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수단은 아니라며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회장은 “투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정부가 우리를 마지막 코너까지 몰아 넣을 때 취할 선택지 중 하나다”라며 “현재 정책 결정권자가 부재한 상태이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선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태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논의는 무의미하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대통령 직속으로 단체가 만들어졌는데 현재 대통령이 없는 상태다. 의개특위는 없어져야 한다”며 “특위에서 논의됐던 내용은 중단돼야 한다. 필수의료 패키지에 담았던 여러 정책들도 한순간에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의정갈등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들과의 소통은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의협 집행부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회장은 “전공의와 학생들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박단 위원장이)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게 옳을지, 전공의 단체의 목소리를 내는 게 좋을지는 서로 더 소통하고 상의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올해 의대 교육 현장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휴학했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학교에 돌아올지, 그 인원을 위한 교육이 가능할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로 가는 인원은 몇 명 정도인지 등을 정부가 조사해야 하는데 아직도 조사를 안 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라며 “교육부는 교육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상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인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이필수 전 의협 회장 집행부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의대 증원 저지 비대위원장’을 맡아 의료계의 강경 투쟁을 이끌었다. 한편에선 합리적이란 평가도 이어져 대정부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회장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당장 오는 9일 정부가 비급여·실손보험 개편안을 놓고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의협 차원에서 곧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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