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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리볼빙’으로 불리는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70% 이상은 최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최고금리 적용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19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리볼빙 이용회원의 평균 72.8%는 18~20%의 최고금리를 적용받았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일부만 먼저 갚고 나머지는 다음으로 이월해 나눠 갚는 제도를 말한다.
리볼빙은 이월되는 금액에 개인의 신용도와 카드사 정책에 따라 서로 다른 이자율 적용을 받는다. 다만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 가운데 삼성‧BC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들은 이용회원 절반 이상에 최고금리를 적용했다.
회사별로 보면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말 리볼빙 이용회원의 98.1%(대출성 리볼빙 기준)를 대상으로 최고금리를 적용했다. 뒤이어 현대(87.5%), 신한(86.1%), 롯데(83.6%), 하나(75%), 우리(62.3%) 순이다. 삼성(48.6%)과 BC(41.6%)만 50%를 넘지 않았다.
20%에 육박하는 최고 금리를 적용받는 이들은 정상적인 대출 취급이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리볼빙은 금융권에서 대출이 안 되거나 밀린 상황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리볼빙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정상 거래자들보다 금리가 높은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리볼빙 이용회원에게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신용위험 관리에 있다고 설명한다. 리볼빙 서비스는 주로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겪는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고객이 이용하는 만큼 대출 회수에 대한 위험이 크다. 따라서 대출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해 높은 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별 최고금리 적용 비율 차이는 주 고객층의 신용도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많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최고금리 적용 비율이 높은 카드사가 타사에 비해 취약 차주 위험을 더 갖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 지난해 리볼빙 잔액은 감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6조9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6.5%(4818억원) 감소했다. 반면 현금서비스 잔액은 같은 기간 6조4719억원으로 5.2%(3218억원) 증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고금리 적용 범위를 넓힌다고 서비스 이용이 줄지는 않는다고 봤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리볼빙 서비스를 받는 차주는 당장 지급여력이 없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실제 대출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경기 침체 여파로 리볼빙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금융지주계 카드사 4곳(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평균 1.53%로 전년 대비 0.19%p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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