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7일 (2)
애플, 메모리값 못 버티고 가격 인상…삼성·SK하이닉스 ‘엇갈린 셈법’

애플, 메모리값 못 버티고 가격 인상…삼성·SK하이닉스 ‘엇갈린 셈법’

승인 2026-07-06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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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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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품귀가 완제품 가격표까지 흔들고 있다. 세계 메모리 3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이 역대급 실적을 낸 직후, 애플은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메모리 호황의 무게중심이 완제품 업체에서 반도체 공급사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마이크론에 따르면 회사의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은 414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46% 늘어난 수치로, 월가 전망치를 16%가량 웃돌았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매출총이익률은 84.9%, 주당순이익은 25.11달러였다. 세 지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다음날 애플은 온라인 스토어를 일시 중단한 뒤, 맥북과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300달러 올렸다. 맥북 에어 512GB 모델은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맥북 프로 1TB 모델은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인상됐다. 아이패드 에어 128GB 모델도 599달러에서 749달러로 올랐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빠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를 “100년에 한 번 올 홍수”에 비유하며 “40년 넘게 일하면서 어떤 분야에서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보도했다. 애플은 그동안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왔지만, 최근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 폭은 기존 공급망 관리 방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 경영진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메모리 불황기 시절 일부 고객사가 바닥 수준의 납품단가를 요구해 투자 여력을 갉아먹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2022년 87억달러 순이익을 냈지만, 공급 과잉이 닥친 2023년에는 58억달러 순손실로 돌아선 바 있다. 지금의 높은 마진만 문제 삼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다.

한 관계자는 “이번 상황은 애플 같은 대형 구매자가 가격을 좌우하던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공급자가 주도권을 쥐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엇갈린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가격 상승의 직접 수혜를 받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0조원대 중반까지 늘고, 영업이익률도 76%대 중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 영업이익률 72%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완제품 가격 인상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갤럭시 Z 플립7과 폴드7 512GB 모델, 갤럭시 S25 엣지 512GB 모델 출고가를 9만~19만원 올렸다. 앞서 출시한 노트북 갤럭시 북6 시리즈도 전작 대비 최대 40% 비싸졌다. 다만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는 출시 초기인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이 수요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메모리 부족 여파로 올해 글로벌 PC 출하량이 11.3%, 스마트폰 출하량이 13.9%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도 올해 PC 출하량이 10.4%, 스마트폰 출하량이 8.4% 감소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값 상승이 완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결국 소비자 지갑을 닫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난이 단기 조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팹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SK하이닉스도 청주에 낸드 공장과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짓기 위해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새 낸드 공장은 2029년, 패키징 시설은 2027년 말 가동이 목표다.

다만 메모리 호황이 무한정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완제품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과 PC 수요를 위축시키면, 지금의 공급자 우위 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대규모 증설 물량이 향후 시장에 풀릴 경우 공급과잉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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