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烟台)의 한 화장품 매장. 매장을 둘러보던 중국인 천쓰위(25·여)씨는 한국 화장품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몇몇 한국 브랜드와 제품명을 언급하면서도 화장품을 고를 때 제조 국가를 우선적으로 따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쓰위씨는 “K팝 아티스트를 좋아하고 한국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화장품을 고를 때는 한국 제품인지 아닌지보다 제품 자체가 좋은지가 더 중요하다”며 “샤오홍슈에서 자주 소개되거나 평가가 좋은 제품은 제조국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매장 진열대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별도의 ‘K뷰티’ 카테고리로 구분돼 있지 않았다. 중국과 유럽, 일본 브랜드 제품 사이에 일부 한국 제품이 함께 놓여 있었다. 대형 쇼핑몰의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A(37·여)씨는 “한국 화장품과 유명한 한국 제품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다”면서도 “처음부터 한국 제품만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들은 주로 샤오홍슈나 더우인에서 본 특정 제품을 찾는다”며 “브랜드의 국가보다는 피부 고민이나 원하는 기능,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제품인지를 더 많이 묻는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라는 간판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K뷰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줄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제품별로 형성된 인지도와 후기, 실제 효능이 구매를 좌우하는 분위기다.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4.4%까지 낮아졌다. 2025년 상반기 중국 비중이 약 19.6%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2%포인트가량 축소된 셈이다. 반면 미국 수출액은 14억5000만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K뷰티 전체 수출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출의 중심축은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로컬 화장품 브랜드인 C뷰티가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아이클릭 인터랙티브(iClick Interactive)에 따르면 중국 로컬 브랜드의 화장품 시장점유율은 57.4%로 5년 연속 상승했다. 한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4.0%에 그쳤다. 프랑스 브랜드는 16.1%, 미국은 11.7%, 일본은 6.4%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 화장품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점도 해외 브랜드에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 뷰티 시장의 온라인 거래 비중은 65.4%에 달했다. 특히 짧은 영상과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운 더우인은 티몰을 넘어 주요 뷰티 거래 플랫폼으로 부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이클릭은 중국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무엇이 가장 좋은 제품인가’에서 ‘무엇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인가’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국적이나 유명세보다 자신의 피부 고민과 생활 방식에 맞는지, 성분과 효능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C뷰티 브랜드들은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전통 원료와 고유한 미적 감각을 브랜드 이야기에 반영하고, 샤오홍슈와 더우인에서 나타나는 소비자 반응을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한다.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피부 장벽과 기능성 성분, 바이오 기술을 내세운 제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른 신제품 출시와 가격 대비 성능을 강점으로 성장했던 K뷰티가 중국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한류 콘텐츠와 한국 연예인을 활용해 ‘한국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 전체를 알리는 방식이 통했지만, 지금은 제품 단위의 효능과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코트라(KOTRA)의 ‘2026 중국 진출전략’도 중국 소비시장이 가격 경쟁보다 브랜드 가치와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 기업 역시 단순히 한국에서 인기를 끈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기보다 중국 소비자의 피부 고민과 생활 방식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브랜드 스토리,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중국 소비 생태계가 샤오홍슈와 더우인 등 콘텐츠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소비자 반응을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브랜드가 전달하는 경험과 이야기까지 경쟁력이 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어 한국 기업도 기존의 한류 이미지에 의존하기보다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을 그대로 가져가 판매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소비자의 피부 고민과 사용 환경을 제품에 반영하고, 현지 유통·마케팅 파트너와 협력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제는 ‘한국산’이라는 이름보다 개별 제품의 경쟁력을 앞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과 성분 자료 등 효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강화하는 동시에 샤오홍슈와 더우인에서 소비자가 직접 찾아보고 공유할 만한 제품별 인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찾는 것은 K뷰티라는 넓은 간판이 아니라 SNS에서 입소문이 나고, 자신의 피부에 맞으며, 효능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연태=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