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일 (6)
‘호프’ 신스틸러 음문석, 연습실 다시 찾는 이유 [쿠키인터뷰]

‘호프’ 신스틸러 음문석, 연습실 다시 찾는 이유 [쿠키인터뷰]

영화 ‘호프’ 출연 배우 음문석 인터뷰

승인 2026-07-30 06:00:05 수정 2026-07-30 07: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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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음문석이 나오니까 보러 가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좋네요.” 배우 음문석(44)의 목표다. 29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미 영화 ‘호프’의 신스틸러로서 관객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매고 있다. 개봉 직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의 머릿속엔 여전히 연습뿐이다. 그는 “과대평가돼서 불안하다. 감독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관객분들의 반응은 제가 다시 연습실로 가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자 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지난 15일 개봉했다.

음문석은 극중 동네 목수 양배 역을 맡았다. 작품은 양배의 등장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평화롭던 호포항에 일어나는 사건이 그가 칼리를 사냥하면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첫 신도 강렬하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듯한 행색에 삐뚤어진 치열, 시종일관 입맛을 다시는 습관까지, 비호감에 훨씬 가까운 모습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긴다.

음문석은 이러한 인물의 디테일은 나홍진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됐으며 일부는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 치아를 제작해 주셨어요. 착색된 치아까지도 고려한 것이에요. 저는 촬영 한 달 전부터 착용하고 훈련했어요. 발음이 힘들고 안면을 많이 써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가짜 이라서 윗잇몸에 침이 안 묻으니까 윗입술이 말려 올라가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순간을 캐치하고 혀로 치아를 크게 훑어보라고 하셨어요. 제가 계획한 신은 한 신도 없었습니다.”

양배에 대한 해석도 나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에 기반했다. 음문석은 영화에 합류하기에 앞서 오디션을 봤을 당시를 회상했다. “양배가 착하지도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지만 절대악이라고 얘기하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전 세계 나쁜 사람들도 양배에 비하면 하수라고 하셨고요. 저한테는 정확한 키였던 거죠. 이후 출연이 확정됐다는 연락이 왔을 때 뛰고 난리가 났었죠. 나 음문석이 나홍진 감독님 작품에서 대사가 있는 역할로 연기한다고? 정말 행복했어요.”

물론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본인만의 서브텍스트도 추가했다. “조카가 쪽가위를 웃으면서 입에 넣으려고 하면 누나가 아무렇지 않게 뺏어요. 양배의 캐릭터를 찾다 보니까 그 장면이 되게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로 가자’고 생각했어요. 양배는 사회적, 도덕적 개념에서 벗어나 있어요. 아이가 뭘 한다고 나쁜 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마네킹에 속옷을 입히고 동물을 박제하고…. 양배에게는 내 장난감이고 놀이터고 자랑하고 싶은 거예요.”

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음문석이 인물 분석에 열을 올렸던 만큼 관객들 역시 곳곳에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에 푹 빠졌다. 결말부 양배가 ‘고양이’를 핑계 삼아 핸들을 꺾어 가까스로 살아난 성기(조인성)를 차체에서 떨어뜨리는 장면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음문석은 “가장 많이 고민한 대사였다”고 돌아봤다.

“고민하다가 ‘어떻게 연기할지 마침표를 찍는 순간 너는 걸려. 양배는 몰라야 돼. 이게 고양이인지 사람인지 몰라야 해’라고 마음을 먹었죠. 확신을 가지고 고양이가 튀어나오면 안 된다고 봤어요. 이 구간에서 의도가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제게도 열린 결말이에요. 왜 하필 고양이였냐고요? 궁지에 몰리면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것이 툭 튀어나오잖아요. 시골에는 고양이가 많고요. 사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나홍진 감독님의 영화라고 생각해요.”

음문석은 2005년 가수 SIC으로 데뷔했고 연기자로 전향했다. 특히 2019년 드라마 ‘열혈사제’로 S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번 작품에서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이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GV에서 그의 연기를 칭찬하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럼에도 그는 연신 “과대평가”라고 손사래 쳤다. 스스로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하게 될 때 지금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듯했다.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너무 업되거나 다운되지 않고 중심을 지키려고 하는 편이에요. ‘나 이제 됐어’보다는 ‘다시 시작’ 같은 느낌이에요. 이 일을 정말 오래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느껴야 하고요.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더 질감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배우로서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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