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보험연수원이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AI 세일즈 코치’ 롤플레이 시연에서는 AI가 잘못된 보험 상담을 실시간으로 바로잡는 모습이 공개됐다. 보험연수원 관계자가 보험설계사 역할을 맡아 AI 고객에게 “고혈압약 복용 사실은 추가로 고지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자 AI는 곧바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올바른 상담 방법을 제시했다. AI 세일즈 코치는 신입 설계사가 실제 고객을 만나기 전 AI와 상품 설명과 상담을 반복 연습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까지 점검받을 수 있도록 만든 교육 플랫폼이다.
이날 시연에서는 설계사의 설명을 AI가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기능도 공개됐다. 보험연수원 관계자가 설계사 역할을 맡아 카메라 앞에서 상품을 설명하자 AI는 발표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와 말하는 속도, 시선 처리, 표정, 손동작까지 분석했다. “목소리와 시선 처리는 매우 좋았지만 후반부의 중요한 보장 내용과 면책기간이 빠져 전달력이 부족했다”, “‘500%’와 같은 핵심 수치를 설명할 때 이를 강조하는 제스처가 부족했다”는 구체적인 지적이 뒤따랐다.
보험연수원은 영업 경험이 부족한 신입 설계사가 실제 현장에 나가기 전 AI와 반복적으로 상품 설명과 상담을 연습하며 발표력과 고객 응대, 관련 규정 준수 여부까지 점검받을 수 있도록 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신입 설계사가 24시간 AI와 실전처럼 연습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받으면서 빠르게 영업 자신감을 얻고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연수원은 AI 세일즈 코치를 우선 보험사와 GA(법인보험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B2B 방식으로 공급하고, 향후에는 설계사가 직접 이용하는 B2C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몇몇 보험사 본사와 영업교육팀에 시연했는데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며 “일반적인 AI는 답변을 내놓을 때 시간 차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 영업코치는 지연이 거의 없다. 법령도 학습시켜 불완전판매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많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AI 사업화 위해 합작회사 추진
이날 공개한 AI 세일즈 코치는 보험연수원이 추진하는 AI 신사업의 일부다. 보험연수원은 AI 세일즈 코치를 비롯해 AI 자격시험 출제 시스템과 AI 맞춤형 학습경험 플랫폼 등을 개발해 보험교육 현장은 물론 외부 시장에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보험연수원이 10억원, 대만 AI 기업 위즈덤가든이 10억원, 싱가포르 핀테크 기업 X402랩이 5억원을 출자하는 총 25억원 규모다.
보험연수원은 기존 교육기관의 인력과 사업 구조만으로는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술기업과 공동 투자해 자체적으로 개발비를 모두 부담하는 방식보다 비용과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합작회사 설립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의견이 엇갈렸다. 보험연수원 측은 금융위가 비영리법인인 연수원의 AI 회사 출자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시연이 끝난 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준비한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하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창업 중심 국가 비전과 의지를 가장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정부 금융기구가 오히려 창업과 투자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연수원이 추진해 온 교육 AI 관련 합작 투자에 금융위가 반대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교육 관련 신사업 투자와 관련해 법무부에 질의한 결과 연수원의 재량에 속한 사항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의 행위는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며 “금융위의 AI 창업·투자에 대한 부당한 방해를 규정하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보험연수원 측 설명에 따르면 금융위가 문제 삼은 부분은 비영리법인의 영리회사 출자 여부다. 하 원장은 “우리 쪽에 전달한 이유는 비영리법인은 AI 창업과 투자를 수행할 영리회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학교나 병원도 비영리법인이지만 창업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기관이 창업과 투자에 앞장서는 시대인데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AI 창업과 투자를 막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보험연수원은 오는 7일 이사회에서 AI 신사업 추진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하 원장은 “금융위가 끝까지 반대하면 플랜B를 생각해야 한다”며 “보험연수원이 투자할 수 없다면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만큼 AI 회사는 반드시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업무 방식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질의를 하면 공문으로 답변하지 않고 유선으로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는 식으로 지침을 알려준다”며 “정부는 원칙과 목표를 제시하고 절차와 방법은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금융위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통제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번 AI 창업 투자를 막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그림자 규제를 없애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억원 위원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연수원의 창업 혁신과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질타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