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부대 내 가혹행위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등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K이병 유족들과 친구들은 8일 국민일보 기자를 만나 “고참들의 육체적·정신적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인데도 군 당국은 처음부터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친구들이 해병대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고참들은 내무반에서 K이병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노래·춤을 시키는가 하면 경계근무 때는 발가벗기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또 K이병 체크카드와 공중전화 카드를 수시로 빼앗아 마음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지난 5월 20일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체크카드로 20여일 동안 14만7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입대 4개월째인 신참 이병이 어떻게 수시로 편의점에 출입하겠느냐. 사용내역만 봐도 괴롭힘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신을 처음 부검했던 해병대 법무 군의관은 K이병의 고모부 조모(57)에게 “누군가 쇄골을 아주 세게 쥐고 흔들거나 눌렀을 것으로 보인다”며 “쇄골을 쥐고 흔들 경우 신체적인 흔적은 남지 않지만 당사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부검 소견을 밝혀 가혹행위 가능성을 시인했다.
하지만 해병대 측이 유족들에게 K이병 시신의 화장을 재촉해 서둘러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병대 측은 다음날 해안초소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급히 진술서를 작성한 K이병 친구들에게 “가정불화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자살한 것이 아니냐”고 전화를 걸어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해병대 관계자는 “가혹행위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으며 내용이 나오는 대로 곧바로 밝힐 예정”이라며 “K이병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표현만 있고 병영생활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적이 없으며 이와 관련해 구타 여부 등에 대해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병대 검찰은 지난 4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경비부대 총격사건과 관련, 소초장 이모 중위와 상황부사관 한모 하사를 관리소홀 혐의로 이날 구속했다. 정모 이병은 이번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young@kmib.co.kr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최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