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과학] 한국에서도 에너지 드링크의 높은 카페인 함량이 논란인 가운데, 미국에서도 에너지 음료를 지나치게 마시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가 미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돼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드링크는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수로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릴랜드주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아나이스 푸르니에(14)는 사망 직전 24시간 동안 680g짜리 몬스터 음료 2캔을 마셨다. 부검 결과 푸르니에는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심장 부정맥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녀는 혈관 약화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푸르니에의 부모는 지난 19일 몬스터 음료 제조업체가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며 고소했다.

FDA는 푸르니에 사건을 포함한 5명의 사망 사건과 1건의 심장마비가 에너지 음료와 연관이 있다는 보고서를 의료계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해와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몬스터 음료의 경우 1캔의 카페인 함유량이 240㎎으로 콜라의 카페인 함유량보다 3.5배나 더 많으며, 2004년 이후 몬스터 음료를 마시고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37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와 코네티컷주의 상원의원 2명도 FDA에 에너지 음료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탄산음료의 카페인 함유량은 FDA 규제로 0.02%로 제한되고 있지만, 에너지 음료는 아직 별도 제한 규정이 없다.

몬스터 제조사는 “지난 16년간 전 세계에 80억 개 이상이 판매된 안전한 음료”라며 푸르니에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제조사는 또 어린이나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문구가 포장에 적혀 있다고 해명했다.

한국 소비자원도 지난달 에너지 음료를 청소년이 하루 2개 이상 마시면 카페인 1일 권장 섭취량을 초과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카페인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이하다.

국내 시판중이 에너지 음료 중에는 1캔 당 카페인이 160mg을 넘은 경우도 있었다. 몬스터보다는 적지만 2캔을 마시면 임산부의 1일 섭취량을 넘는다. 소비자원은 카페인 함량 표시를 통일하고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