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남측이 남북대화의 조건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가 재개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북한)는 쌍무 차원이든, 다자 차원이든, 6자 대화든 모든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면서 “그러나 남한 측에서 `대화에는 누가 나와야 한다'면서 특정인까지 지정하는 상황에서 재개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사는 `한반도 긴장완화 차원에서 북한이 다시 대화 재개를 제안할 의사가 있느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는 “이제는 남한 측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화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상급 수준의 인물을 정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남한 측이 이에 대해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 대사는 또 미국을 향헤서는 “미국과의 대화에서는 한반도 긴장완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교체, 비핵화 문제 등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신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에 구태의연하게 매달리면서 위협하는 한 우리는 자위적전쟁억지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할 의지가 있다면 정전 60돌이 되는 올해에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우리가 오래전부터 제기한대로 우리와의 평화체제수립에 응해나와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옳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대사가 밝힌 북한 입장의 핵심은 미국과 어떤 문제든지 어떤 형식으로든지 대화할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자간 대화만이 아니라 6자회담이나 다른 형태의 다자회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요구 사항도 밝혔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북한이 또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은,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일정한 대가를 받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신 대사의 기자회견에 대해 “북한은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주요 양보없이 어떻게든 미국과 대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은 북한의 오랜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3월 5일에도 제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바 있다.
사실 평화협정 체결은 당위적으로 수긍되는 면이 있다. 북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평화협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이 제기하는 평화협정은 남측의 북한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전쟁 상태를 끝내고 평화적인 관계로 가는 협정’과는 초점이 다르다.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와 60년전에 벌어진 전쟁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임을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 또 김정은 체제에서 다시 평화협정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이전 김정일 체제에서 벌어졌던 고난의 행군 등 오랜 준전시체제에 지쳐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의 통치를 인정 받으려는 선전 수단으로 읽히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한-미-일의 입장은 원칙적으로 일치한다. 올해 초까지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북한이 정말 평화적인 관계를 맺을 의도가 있다면 먼저 행동으로 이를 입증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이에 걸맞는 행동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핵동결에 가깝다. 일본은 겉으로는 한국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지만 지난달 아베 총리가 특사를 평양에 보낸 것에서 보듯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분위기다.
북한은 정전협정의 시기를 체결 60주년이 되는 다음달까지로 제시한 바 있다.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기간까지 평화협정 체결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일단 뒤로 미루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사실상 인정 받으면서 중국 중동 일본 등과 경제 교류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음은 신 대사의 발언문을 요약한 내용과 일문일답 전문.
- <<유엔군사령부>>의 조작경위와 그 본질
유엔군사령부는 조직 초기부터 유엔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유령기구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원래 유엔성원국들의 총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이 미국이 유엔의 이름만 도용하여 내온 부당한 기구이다.
유엔군사령부는 본질에 있어서 미군사령부다.
현재 남조선에 위치한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의 산하기구도 아니며 유엔을 대표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유엔 자체가 인정하는 명백한 사실이다.
- <<유엔군사령부>> 해체의 필요성
미국에 의해 정전기구는 체계적으로 파괴되고 완전히 백지화되였으며 유엔군사령부가 대상할 수 있는 기구들도 이미 사멸된 견지에서 볼때 지체없이 해체되여야 한다.
1975년 11월 유엔총회 제30차회의에서는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할 데 대한 결의 3390(XXX)B호가 채택되였다. 미국도 조건부적으로나마 이에 동의하였고 그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 정부의 립장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에 구태의연하게 매달리면서 위협하는 한 우리는 자위적전쟁억지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조선반도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고 정세긴장의 악순환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반대하는 침략적 군사도구인 유엔사령부를 그대로 두고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핵억제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할 의지가 있다면 정전 60돐이 되는 올해에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우리가 오래전부터 제기한대로 우리와의 평화체제수립에 응해나와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옳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유엔총회에 정식 상정시키는 문제도 고려할 것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는 대화는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 하고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북한 국방위원회는 6월16일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우리는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 한반도 긴장 완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미국이 이미 제안한 핵 없는 세상 등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제안에 참여할 의사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비핵화는 우리의 최종 목표다. 우리는 비핵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북한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비핵화는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
-유엔이 유엔사 해체를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하나
“우리는 지금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미국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몇달간 진행된 북한 정부의 위협적 언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최근 북한 정부의 어조가 바뀐 이유를 알고 싶다. 당신의 제안에 대해 국제사회가 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근거는 뭔가
“한반도 정세 악화는 이미 존재했다. 이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전협정 이후 60년이 지났지만 많은 미군이 아직 한반도에 있다. 그리고 미국이 유엔군사령부를 남용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위해 유엔 총회에 어떤 제안을 할 계획인지.
“검토하고 있다. 유엔사령부가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유엔사령부의 실체는 미군사령부다. ”
-미군은 1991년 한국에서 핵무기를 제거했는데 왜 비핵화 요구가 북한에 일방적이라고 하는가.
“많은 미국 군대는 아직 남한에 존재한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북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아느냐,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 미국의 제재는 미국에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우리에 대한 제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발전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미국만이 하는 게 아니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제재를 지킬 용의는.
“유엔 회원국들에 제재와 미국의 북한 비방 정책을 따르지 않도록 촉구한다. 유엔의 우리에 대한 제재와 비방은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다. 우리는 유엔 결의를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 지도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우리에게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다. 위대한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군과 인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 자리는 인권에 대해 논의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인권 문제도 없다. 뉴스에 나온 탈출자들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들 소년과 소녀는 우리 시민이고 우리는 이들의 안전을 도모할 권리와 도덕적 의무가 있다.”
-최근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는 시각이 있는데.
“중국은 우리의 이웃이고 우방이다. 최근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협력 관계 증진 등에 필요한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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