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포르민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작위 연구가 실시된다.
메트포르민은 강력한 혈당 강하효과와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한 대표적 당뇨병 치료제로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1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효과를 인정해 지난 1994년부터 사용해오고 있다.
사용 근거는 강력한 혈당강하 효과다. 지난 1997년 Garber AJ 박사가 미국내과학회(Am J Med) 공식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메트포르민은 투여 14주 만에 혈당을 최대 2%까지 급격하게 떨어뜨려 준다. 또한 공복혈당 감소효과도 뛰어나 2000mg을 쓰면 14주 만에 무려 4mmol/L까지 낮출 수 있다.
게다가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2002년 NEJM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당뇨병 예방효과가 위약대비 약 31% 정도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효과 이면에는 부작용이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위험성 검증이 확실하게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 부작용인 메트포르민 관련된 젖산산증(lactic acidosis)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지만 30~50%에서는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신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현재 영국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사구체여과율(eGFR)이 45mL/min/1.73㎡ 미만이면 용량을 조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30mL/min/1.73㎡ 미만이면 사용을 중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60mL/min/1.73㎡ 미만이면 사용을 중지하라고 규정해 놓은 상태다.
심혈관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도 아직은 완전하게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98년 발표된 UKPDS 연구를 보면 심근경색을 39% 낮추고 사망위험은 36%까지 줄일 수 있다. 또 2008년 발표된 UKPDS 10년 추적 관찰연구에서도 심근경색과 사망위험을 각각 33%와 27%를 낮추는 것으로 나오면서 Lancet 등 주요 저널에 실린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나오고 있는 배경은 불과 753명의 환자를 통해 얻은 결과였다는 점에서 완전한 데이터로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메트포르민이 암을 예방해줄 수 있다는 연구도 2009년에 Diabetes Care에 실리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모든 메트포르민 메타분석에서는 암 예방에 대한 효과를 찾을 수 없었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이러한 미해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규모 컨트롤 연구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는데 결국 영국이 해결사로 나섰다.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국가 주도인 영국국립보건연구원이 펀딩을 결정했으며, 이러한 사실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제50회 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첫 공표했다.
연구명은 GLINT(Glucose Lowering In Non-diabetic Hyperglycaemia Trial)로 주연구자(Joint-Chairs)는 옥스퍼드 대학
Rury R. Holman 교수와 캠브리지 Nick Wareham 교수다. 연구는 40세 이상의 남·여 1만 1834명을 모집해 이중맹검 방식으로 메트포르민과 위약을 비교하게 된다. 환자들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이며 10년 심혈관 위험도가 20% 이상이어야 한다.
주요 1차 종료점 항목은 심혈관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이 발생하는 첫 시간으로 평가하며, 2차 종료점에서는 암발생 위험, 새로운 당뇨병 발생 위험도 평가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 4/4분기에 환자 모집을 시작으로 연구가 개시되며 결과는 오는 2022년에나 나올 전망이다.
Rury R. Holman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메트포르민은 근거를 기반으로 올바르게 권고돼야 한다""며 ""개발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효과와 위험에 대한 근거는 불명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명확한 문제를 GLINT 연구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면서 ""해당 연구는 UKPDS 연구 이래 메트포르민의 심혈관질환 위험성과 암에 대한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첫 대규모 무작위 컨트롤 아웃컴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메트포르민 처방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현 가이드라인에 맞춰 처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영국의 이번 결정은 비용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중시하는 보건기관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도 국가주도연구 확대에 대한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