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의 조기검진이 암 발생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국내 역학 연구결과가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암 조기검진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주고 국가 전체로는 의료비 자원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 11월 6일자 온라인판에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진의 ""국내 갑상선암의 조기검진과 과잉진단""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제1저자는 고려의대 안형식 예방의학 교수(근거중심의학연구소장), 제2저자는 김현정 고려대학교 근거중심의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중요한데는 이유가 있다. 국제 유수저널에서 예방의학적 영역에서의 논란을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료 영역에서도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갑상선암의 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때문에 연구는 국내 검진율 빅데이터와 암등록자료 빅데이터(100만여 명), 지역사회 건강조사 빅데이터(20여만 명), 통계청 빅데이터(10만여 명)를 분석한 결과, 갑상선암이 급진적으로 늘어난 데는 생의학적 요인 외에도 조기검진(screen)이라는 의료 제도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2012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 지난 2년간의 갑상선암 조기검진 수행과 함께 국가암등록자료에서 보고한 지역별 갑상선암의 발생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1993년 대비 2011년 15배 이상 증가한 갑상선암의 발생이유를 조기검진에서 찾았다.
이에 더해 2011년 갑상선암의 진단은 1993년 대비 15배 증가됐다.
특히 유두암(papillary thyroid cancer)의 발견이 증가분의 주요 이유이며 이처럼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한데 반해 암으로 인한 사망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과잉진단의 전형적인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갑상선암은 현재 대한민국 국민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2011년 4만명 이상이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모든 사람들은 치료되는데 2/3는 전갑상선절제술, 나머지는 부분갑상선절제술을 시행한다.
한 의료기관 자료에 따르면 1cm보다 작은 종양의 수술률이 1995년 14%에서 10년 이후 56%로 증가됐다. 이는 진료지침이 0.5cm보다 작은 종양에 대한 검사와 수술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에 반하는 결과이다.
여기서 갑상선암의 수술 대상 환자에서 부작용과 관련해 문제가 따른다. 1만 5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의 환자는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을 보였으며 2%에서 성대마비가 있었다.
이 연구는 성인의 최소 1/3에서 작은 크기의 무증상 유두암이 발견됐기 때문에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초음파 검진을 통해 이러한 무증상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는 역할을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에 국한돼 있지 않다.
5대륙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외의 국가에서도 지난 20년간 갑상선암의 발생이 2배 이상 증가한 국가(미국, 캐나다,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체코 등)가 다수 존재하고 있어 세계적인 문제로 번질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무증상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갑상선암들이 불필요한 조기검진으로 인해 발견 및 치료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형식 교수는 ""암의 치명성에 대한 인식으로 암이 발견된다면 환자와 의료진은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남은 여생 무증상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많은 갑상선암들이 불필요한 조기검진으로 인해 발견되고 치료되고 있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원종혁 기자 jhwon@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