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한미약품 늑장 공시 논란이 주식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또한 관련 업종(제약바이오)의 동반 주가 하락으로 주식시장에 피해를 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로슈 자회사 제넨텍과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라는 호재성 공시를 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30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8500억원 규모의 항암신약 라이선스 반환 소식을 장 시작 후 30분만에 공시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급전직하로 내려섰고, 늑장 공시 논란에 이어 공매도 논란까지 주식시장에 적잖은 쇼크를 줬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여파는 한미약품 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제약산업계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한미약품의 수장이자 총책임자인 임성기 회장은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은 1% 미만으로 ‘바늘 구멍’을 통과할 정도로 어렵다. 그만큼 위험부담(risk)이 큰 산업군이다. 한미약품이 여러 역경 속에서도 장시간 동안 수 백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신약개발에 몰두한 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대한민국 제약사가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혁신신약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에게 ‘우리도 한미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특히 혁신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기술수출 계약 중단은 언제든 발생할 수있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현재의 한미약품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실망감은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중단 때문이 아니다. 위험요소를 관리하는 한미약품의 태도 때문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에는 탈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미약품 수장인 임성기 회장은 좋은 일에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에서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2일 있었던 긴급 기자회견에도 임성기 회장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지난 1월 임성기 회장은 전 직원 2800명에게 평균 4000만원 상당의 주식 90만주를 무상으로 나눠주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90만주의 환산 금액만 1100억원 규모다. 이러한 임 회장의 통 큰(?) 결정은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또한 한미약품 임직원들도 임 회장의 증여에 애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위 잘 나가던 한미약품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호재성 공시와 악재성 공시의 늑장공시 논란으로 한미약품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80만원을 넘었던 한미약품 주가는 10일 현재 40만원대 초반대까지 뒷걸음질 쳤다. 연이은 신약 수출과 주가 상승으로 신흥 주식 부호가 됐던 임성기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평가액도 지난 달 말 이틀 새 1조2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물론 한미약품을 믿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주가 상승기에 자사 직원들에게 ‘통 큰’ 증여를 했던 임 회장은 한미약품을 믿고 투자한 뒤 손해를 본 다수의 투자자들에게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기업의 주사 상승과 하락, 사업상의 악재 등은 해당 기업 오너의 전적인 책임만은 아니다. 하지만 늑장공시와 공매도 논란, 임상시험 실패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당한 주식거래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서는 안된다.
임성기 회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견인한 역할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음에도 경영의 총 책임자가 침묵으로만 일관한다면 투자자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요원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임 회장은 묵묵히 한미약품을 응원하는 많은 이들과 이번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침묵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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