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재즈 뮤지션이었던 민채가 직접 쓴 곡을 담은 앨범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은 약 3년 전 가을이다. 재즈에서 팝재즈로 장르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를 묻자 민채는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 “조금 더 나와 닮은 노래를 하고 싶었다”는 소박하고 진솔한 대답이다. 가을을 닮은 노래를 쓰고 부르는 팝재즈 가수 민채를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문화인 사옥에서 만났다.
지금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 민채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과거 민채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노래를 잘하는 정도였지 직업이 될 줄은 몰랐던 것. 생각에 변화가 생긴 것은 대학 시절 앙상블 수업에서였다. 민채가 노래를 부르자 수업을 함께 듣던 주변의 반응이 좋았다. 그때부터 피아노를 치며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게 됐다. ‘나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오늘의 민채를 만든 셈이다.
“피아노를 전공해서 노래를 부르리라고는 상상하지도 않았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혼자서 부르는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앙상블 수업에서 ‘목소리 톤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죠.”
그 후로 민채는 오랜 시간 재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가 직접 곡을 써서 부르는 팝재즈 가수로 변화를 결심했을 때,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을까. 민채는 단호하게 “두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그만큼 큰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채가 만드는 ‘민채다운 음악’이란 무엇일까. 민채는 곡을 쓰면서 자신을 만나게 된다고 답했다.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되는 시간인 것이다. 작업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결국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곡을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게 돼요. 노래를 만들었을 때의 뿌듯함도 크죠. 노래를 만들어 놓으면 제 자식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저는 일단 곡을 쓰는 게 재미있어요. 곡을 쓸 때는 듣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온전히 음악에만 빠져들 수 있으니까요.”
자신의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를 묻자, 민채는 1집 앨범에 실린 ‘이별도 사랑이라면’이라고 답했다. 이 노래는 민채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할 지 막막했던 시기에 한 번에 써내려간 곡이다. 최근 tvN ‘삼시세끼’에 민채의 노래 ‘햇살’이 삽입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별도 사랑이라면’을 한 번에 쓰고 나서 앞으로 ‘이런 노래를 해야지’라고 결심하게 됐죠.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잡게 해준 곡이라 특히 애착이 가요.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쓰면서 음악을 하면 되겠다' 싶었죠. 얼마 전에는 ‘삼시세끼’에 제 노래가 나와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민채를 수식하는 표현 중에는 ‘봄을 여는 목소리’,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처럼 봄과 가을에 관련된 것이 많다. 민채는 2013년 10월 첫 팝재즈 앨범을 발매했고, 그 후로 봄과 가을에 앨범을 발표하곤 했다. 작업한 곡 중 분위기가 비슷한 노래를 모아 계절에 맞는 앨범을 내는 것. 하지만 다음달에 나올 노래는 지금까지 민채가 불렀던 노래 중 가장 밝은 곡이다.
“제가 부른 노래 대부분은 차분한 분위기의 곡이죠. 가을에는 감성적인 노래를 내고, 봄에는 밝고 희망적인 노래를 할 생각이에요. 다음달에 나올 곡은 제가 쉬고 있을 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저를 보며 쓴 곡이죠. 미리 들어본 주변 분들은 제 노래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을 해주셨어요.”
앞으로 민채가 하고 싶은 음악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노래를 부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재즈 가수가 됐고 다시 팝재즈로 장르를 변경한 것처럼, 민채는 음악의 범위를 굳이 한정 지으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방법으로 곡을 쓰기 위해 최근에는 컴퓨터 음악도 배우고 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민채의 단독콘서트 객석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 객석을 보며 “새삼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민채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민채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요즘 ‘행복하게 사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안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그 하루에 제 음악이 함께 한다면 저는 참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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