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진정석과 배우 하석진은 닮은 부분이 있다. tvN 월화극 ‘혼술남녀’의 주인공 진정석은 잘 나가는 노량진의 강사로 퇴근 후 혼자 음주를 즐기는 인물이다. 이어폰을 끼고 고급 식당에서 홀로 앉아 외부를 차단하고, 비싼 안주와 술 한 잔을 즐기는 진정석의 모습에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하석진이 묻어난다.

하석진은 작품 밖에서 형성된 이미지가 강한 연기자다. 배우에게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는 그 이미지를 영리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배우로서의 저변을 넓혀간다. tvN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서 문제를 푸는 하석진의 모습이 ‘혼술남녀’의 진정석과 맞닿을 때 시청자는 드라마와 그의 역할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이태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석진은 “내가 노량진 최고 인기 강사 역할을 맡아 조금은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뇌섹남’의 이미지가 ‘혼술남녀’의 진정석을 표현하는 것에 도움이 됐다는 것. 특별한 개편을 하지 않는 이상 ‘문제적 남자’에 계속 출연 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일주일에 한 번쯤 머리를 쓰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하석진은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잘 어울리는 이미지 하나는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연기자로서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기도 하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잘할 수 있고 모두가 잘 될 수 있는 것을 고르게 돼요. 내가 해서 모두에게 손해 갈 수 있는 작품은 고르지 않게 되는 거죠. 천천히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기회를 만들 생각이에요.”

‘혼술남녀’에서 이성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던 진정석은 초보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과 만나고 사랑에 빠지며 점점 변해간다. 하석진은 못된 진정석을 표현하는 연기에 관해 “얄미울 수도 있는 캐릭터지만,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제가 됐던 키스신에 대해서도 “키스신을 어색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그 장면의 대본, 연출, 음악이 잘 어우러져서 예쁜 장면이 나왔다. 다행이고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연기가 아쉬웠던 장면으로는 강연 장면을 꼽았다.

“돈을 받고 한국사 강의를 하는 강사에 대한 연구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요. 강의하는 부분을 더 잘 살렸다면 보다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일종의 자기반성이죠.”

솔직하고 명료한 답변을 이어가는 하석진에게 멜로 연기를 잘하는 비결을 물었다. 이에 관해서도 역시 솔직하고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상대역을 좋아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상대역을 좋아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작품이 끝날 때쯤에는 실제로 섭섭한 마음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저는 주변에 여자인 친구가 별로 없는 삶을 살았어요. 처음 멜로 연기를 할 때 어려웠죠. 그래서 실제로 상대역을 좋아하려고 노력해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척 연기하면, 시청자는 다 알아요. 배우에 따라서 연기 방법이 다르지만, 저는 실제로 좋아하는 게 연기하기도 쉽고 편해요.”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