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곽동연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좋은 꿈… 너무 행복했어요”

[쿠키인터뷰] 곽동연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좋은 꿈… 너무 행복했어요”

기사승인 2016-11-04 16:52:34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곽동연의 이름을 듣고 단번에 그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김병연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최고 시청률 23.3%의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건 곽동연이란 배우를 알릴 기회를 가져다준 행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역 배우에서 벗어나 이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스무 살의 배우가 연기력에 대해 혹평 받지 않고 끝까지 제 역할을 해낸 건 온전히 그의 공이다. 그렇게 곽동연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의해 발견됐다.

4일 쿠키뉴스와 만난 곽동연은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능 공포증도 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도 힘들고,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연기만큼은 달랐다. 5년차 배우답게 자신이 생각한대로 과감히 연기했고, 그것이 통했다.

“이번에는 계산적으로 연기하지 않았어요. 최대한 제가 느끼는 대로 하려고 했죠. 병연이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 백운회에서 명령을 받고 거기에 대해 대답할 때는 이영(박보검)과 대화할 때와 다른 느낌이 나게 의도했죠. 대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표정이나 눈빛 같은 것들로 표현해야 해서 처음엔 조금 어려웠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종영된 이후 곽동연은 인터뷰 때마다 박보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박보검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많이 맞췄기 때문이다. 또 박보검이 주변 형들에게 어떤 동생인지는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공개됐지만, 곽동연에겐 어떤 형이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보검이 형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면서도 든든한 형이에요. 연기할 때나 밤샘 일정에 피곤해할 때 옆에서 다독여주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줬어요.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신경쓰는 형이에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얼굴 탄다고 햇빛을 가려주기도 하는 점들이 남다른 것 같아요. 보검이형에게 배운 점도 많아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해서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집중력이 너무 좋더라고요. 정치적 관계나 애정 관계 등 이영이 처한 여러 관계들을 각각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도 배웠죠.”

곽동연은 16세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배우의 길을 꿈꾼 건 아니다. 홀로 서울에 올라와 기타를 치며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연기를 처음 접했다. 언제 데뷔할지 모르는 불안에 지쳐있던 곽동연에게 연기는 답답함을 없애주는 행복한 일이었다. 지금도 가수가 아닌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당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쳐있었어요. 지금보다 나이도 더 어렸고, 3년 동안 연습실-학교-집만 오가다보니 답답했죠. 그런데 연기를 시작하고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고 행복해졌어요. 연기가 뭐기에 이렇게 많은 것을 바꿔놓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진지하게 해보고 싶어졌어요. 지금도 그 때의 선택들을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의 선택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으니까요. 아마 배우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이런 행복을 못 느끼고 있을 것 같아요.”


동연은 하루 촬영이 끝나면 촬영일지를 작성한다. 드라마가 끝나면 처음부터 다시 모니터링 한 뒤 아쉬웠던 점들을 체크한다. 연기 선생님에게 조언 받아 시작한 것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또 사진을 찍는 취미도 있다. 과거에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 그 당시의 감정과 생각들이 되살아난다. 곽동연은 이야기 도중 자신에게 기억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지방 촬영을 다니면서 시작했어요. 예쁜 풍경을 담고 싶기도 하고, 사진 찍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당시 사진을 다시 보면, 뭘 느꼈는지 무슨 감정이었는지 전부 기억나요. 우울할 때는 우울한 것만 찍혀 있는데, 당시에 왜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도 기억나요. 이제 ‘구르미 그린 달빛’을 다시 볼 계획인데 울컥할 것 같아요. 벌써 4개월 전이라는 사실도 묘한 기분이에요. 다시 보면 당시의 더위와 현장의 냄새까지 다 기억날 것 같아요. 촬영일지나 일기, 사진을 가끔씩 찾아보면서 옛날 생각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을 행복하다고 느끼죠. 기억하는 것에 대해 집착하는 것 같아요.”

곽동연에겐 스무 살 동갑 친구들이 갖고 있는 자유로움은 없다. 자신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얻는 게 훨씬 더 많다.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도 했고,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런 곽동연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아쉽지만 상쾌한 한 편의 꿈이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정말 다양하고 큰 의미로 남을 것 같아요. 좋은 꿈을 꿨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전날 밤 좋은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 좋잖아요.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꿈을 꾸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고. 너무 일찍 깬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해요. 덕분에 지금은 너무 상쾌해요. 앞으로도 기분 좋은 일들로 가득할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