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우울제…전두엽 마비시켜 우울 부추겨”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알코올은 기본적으로 항우울제가 아닙니다. 우울제입니다. 또한 과음은 우리 전두엽을 마비시킵니다. 자제력의 저하로 연결됩니다” 정재훈 아주편한병원장은 “술은 우울제”라며 “우울한 상태에서의 술자리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아주편한병원은 총 251병상 규모의 알코올 중독 특화 병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경기남부지역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정 원장은 알코올 중독의 가장 큰 폐혜로 ‘가정의 붕괴’를 꼽았다.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넘어 가족 구성원들에도 어두운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정 원장은 토로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환자의 많은 수가 중년 남성”이라며 “개인의 건강도 잃지만 가장으로써의 역할도 어려워진다. 가정의 생계도 어려워질 뿐 아니라 가정 내 폭력이 나타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스트레스를 주로 술로 푸는 부모를 보면서 자란 자녀는 성인이 된 후 유전적 부분, 학습적 부분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고려하면 알코올 환자 한 사람의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가정 전체의 손실로 계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에는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퇴원 후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마음의 치유도 동반돼야 한다. 정 원장은 “알코올 중독 환자들도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는 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남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쌓아둔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보니 문제가 됐다. 대부분 여린 사람들이다보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넉넉한 치료기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중독된 뇌가 회복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단기 입원 위주로 하다보면 결국 퇴원 후 재발 가능성이 높고 그럼 다시 입원해야 한다. 치료기간 동안 증상의 안정을 넘어 재발예방치료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는 결국 가정의 안정과 사회의 안정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의 또 다른 위험요소는 ‘알코올성 치매’다. 과다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면 간경화증, 당뇨 등 내과적 질환은 물론, 뇌에도 손상을 일으킨다. 뇌의 손상으로 나타나는 알코올성 치매는 환자들에게 매우 무서운 질환으로 다가간다.
정 원장은 “치매가 오면 의지력과 조절능력이 병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단주할 수 있는 힘이 거의 없다”며 “요양이 필요한 상태로 병세가 발전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로 복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개 사람들은 즐거운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술로 축하와 위로를 전하곤 한다. 그러나 정 원장은 “‘위로의 수단’으로 술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는 되도록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더 우울해지고 화가 더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가급적 기분이 좋을 때 적당량의 낮은 도수의 알코올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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