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해진 “고민은 끝이 없지만 그게 나의 직업”

[쿠키인터뷰] 유해진 “고민은 끝이 없지만 그게 나의 직업”

기사승인 2017-01-13 10:12:02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20년 차 배우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할까.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의 개봉을 목전에 둔 유해진은 “항상 어렵다”는 마음이 든다고 털어놨다. 20년간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공들여 만든 것을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것이 긴장된다는 것.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어떤 작품을 해도 개봉 전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시작된 남북 공조 수사를 다룬 작품이다. 유해진은 이 영화에서 평범한 남한 형사 강진태 역을 맡았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과묵한 북한 형사 림철령을 연기한 현빈과 호흡을 맞춰 유쾌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유해진이 ‘공조’를 선택한 것은 결국 사람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거창한 주제나 큰 집단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과 나, 림철령과 박진태 두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 유해진의 흥미를 자극했다.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라는 소재로 그려내는 과정이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수다스러운 형사인 강진태는 말이 많다. 다른 목적을 가진 림철령을 회유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많은 말을 한다. 이에 관해 유해진은 “시나리오상에는 대사가 더 많았지만, 촬영 시작 전 감독과 의논해서 조금 함축시킨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대사량을 소화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유해진은 영화의 힘든 부분을 모두 현빈이 담당했다고 답하며, 영화에서 고강도 액션을 소화한 현빈에게 공을 돌렸다.

“저는 고생한 게 없지만, 현빈 씨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영화에서 몸으로 하는 게 정말 많았고 몸을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겠죠. 현빈 씨와 차승원 씨가 같은 곳에서 운동하는데 차승원 씨가 저에게 ‘현빈은 무슨 영화를 하는데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북한 사투리를 쓰며 연기하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고생한 것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작품을 촬영하며 직업적 고민을 거듭했다. 유해진은 애드리브를 “순간적인 것이 아닌, 좋은 것을 찾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영화에서 강진태의 부인인 박소연 역을 맡은 배우 장영남은 “유해진이 나의 대사까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서 더욱 좋은 장면이 나왔다”고 말한 바 있다.

“애드리브란 영화 안의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그런 걸 발견하는 직업이에요. 시나리오에 아주 세세한 것까지 나와 있지는 않아요. 아무것도 아닌 장면들이 모여서 결국엔 진짜 같은 분위기를 만들죠.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를 살찌우고 넉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날 유해진은 “신나게 보내고 싶다”는 다소 독특한 2017년 소망을 밝혔다. 최근의 즐거움은 달리기와 등산. 오전 10시부터 일정이 시작된 인터뷰 당일에도 아침 일찍 산에 올라 일출을 봤다. 유해진은 ‘공조’ 이후 차기작은 정해진 바 없지만 “신선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한국영화가 더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점에 책이 몇 권밖에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최근 극장가는 너무 잘나가는 소설만 있는 느낌이에요. ‘남남케미’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는데 크게 보자면 그것도 그렇게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영화 자체가 다양해지면 ‘남남케미’가 아닌 다양한 ‘케미’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 무엇인가가 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유해진은 올해로 20년 차 배우가 됐다. 유해진이 연기를 잘한다는 것에 이의를 갖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영화 ‘럭키’(감독)로 단독 주연 흥행에도 성공했다. 유해진은 20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20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에 대한 고마움은 있어요. 믿고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계속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할수록 ‘잘 만들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도 늘고요. 오래 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요. 배우는 항상 다른 작품을 만들면서 새로운 역할과 환경을 만나니까요.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지만 그게 제 직업이죠.”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