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28일 오전 9시30분 창원지법 126호 법정.
법정 입구에는 오전 10시 예정인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은 창원지법 제5형사단독 송종선 판사 심리로 농아인(청각장애인) 투자사기단 ‘행복팀’의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이었다.
행복팀 총책 등 핵심간부 7명은 수백 명의 농아인들에게 접근해 고수익을 미끼로 280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구속기소됐다.
재판 시작 전부터 법정은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이 뒤엉켜 있어 긴장이 감돌았다.
방청객에 비해 적은 자리 때문에 양측 간 다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법원 직원은 이들을 따로 앉히기도 했다.
심문에 앞서 재판에 참석한 2명의 수화 통역사는 “허위 통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이 재판이 여느 재판과 달랐던 이유는 피고인들도 피해자들과 같은 농아인이어서다.
카키색 수의복을 입은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법정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통역을 거치다 보니 재판부가 7명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는 인정심문에만 15분 정도가 걸렸다.
이 확인이 끝나고 검사는 재판부에 이들의 공소사실 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검사석에는 수만 장에 달하는 조사 서류가 성인 남성 허리 높이만큼 놓여 있었다.
맞은편에는 5명의 변호사가 피고인들의 변호를 위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방대한 조사 서류에 맞먹는 규모의 변호인단으로, 이 중에는 전관 변호사도 있었다.
심리를 진행한 송 판사는 변호인들에게 피고인들과의 접견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고, 변호인들은 주로 필담을 주고받는다고 대답했다.
이에 송 판사는 “의견진술권을 충분히 받아들이겠다” “접견할 때 법원의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간단한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30분 만에 끝났다.
재판이 끝나자 행복팀 피해자 모임 단체 소속 100여 명은 창원지법 맞은편 도로에서 집회를 열고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법정에서 숨 죽여 울먹이던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법정을 나와서도 계속됐다.
이들은 “경찰 수사를 통해 ‘행복팀’의 실체가 사기단으로 밝혀졌는데도 남은 잔당들이 여전히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작 많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조만간 이 사건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한 우두머리 총책도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어서 다음 재판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3월21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