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극장 운영주 루이지(에두아르 바에르)는 연극 첫 무대를 하루 앞두고 쉴 새 없이 떠들며 밤새 파리 시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우연히 루이지와 동행하게 된 인턴 파에자(사브리나 와자니)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직원들의 월급이 밀려 파업 직전인 상황에서도 루이지는 태평하게 바에서 술을 마신다. 무대에 세울 원숭이를 급하게 구해 시내에서 손잡고 활보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인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조금씩 시야를 넓힌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 같은 흔히 알려진 파리의 겉모습 대신 실제 파리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속내를 들춘다. 차를 타고 스쳐가는 파리의 밤거리와 야경을 이국적인 음악과 함께 담아낸 장면들은 영화의 백미다.
루이지와 함께 정체불명의 여정을 떠나는 파에자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을 대변한다. 초반부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인물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식 코미디에 웃어야 할 타이밍을 잡기도 힘들다.
하지만 연극 같은 루이지의 말과 행동이 파리를 무대로 펼쳐지다보면 적응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고조되는 이야기에 몸을 맡기게 되고 자연스러운 웃음도 새어나온다. 시종일관 불친절한 것 같았던 영화는 일부러 그랬다는 듯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관객의 눈을 보고 영화의 메시지를 흘린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다음달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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