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올 것이 왔다. ‘세계 최강’ SK텔레콤 T1과 ‘한국 킬러’ 플래시 울브즈가 오는 20일 2017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맞붙는다. 이번엔 다전제다.
그간 ‘한국의 라이벌이 누군가?’ 하는 질문에 으레 ‘중국’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기록지를 자세히 들춰보면 라이벌이라 부르기엔 다소 민망하다. EDG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던 지난 2015년 MSI 결승전을 제외한다면, 양국의 대결은 대부분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실제 까다로운 상대는 대만이었다. 2012년 롤드컵 결승에서 아주부 프로스트를 울렸던 타이페이 어쎄신(TPA)부터 현재의 플래시 울브즈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길목마다 이들을 마주쳤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플래시 울브즈는 한국팀과 지긋지긋한 악연으로 유명하다. 2014년을 제외하면 매해 국제대회에서 만나 자웅을 겨뤘다. 그들은 유독 한국팀의 목덜미를 늘고 물어져왔고, 자연스레 ‘킹슬레이어’ ‘한국킬러’ 등의 별명도 따라붙었다.
MSI 준결승전을 맞아 한국팀과 플래시 울브즈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모두 복기해본다.
▶ 2013년 롤드컵 8강전: vs SKT T1 K
한국팀과 플래시 울브즈의 첫 만남은 2013년 롤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커’ 연대기가 막 시작되던 시점이다.
당시의 SKT는 단일팀 SKT T1이 아닌 ‘SKT T1 K’였고, 상대 역시 플래시 울브즈가 아닌 ‘감마니아 베어스’였다. 플래시 울브즈와 감마니아 베어스는 엄밀히 말해 다른 팀이다. 감마니아 베어스가 지난 2013년 말 해체되자 주요 멤버를 그대로 영입해 완성한 팀이 현재의 플래시 울브즈다.
하지만 정신적 뿌리는 같다. 언제나 까다로운 미드 라이너 ‘메이플’ 후앙 이탕과 서포터 ‘소드아트’ 후 슈오지에가 이때 한국 팬들에게 첫 인상을 남겼다. 현재는 팀의 코치로서 늑대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스테이크’ 초우 루시도 대만 최고의 탑 라이너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두 팀은 8강에서 3판2선승제로 맞붙었고, 결과는 SKT의 2대0 승리였다. 1경기에는 SKT의 ‘페벵듀오’가 아리·바이를 선택해 33분에 게임을 폭파시켰다. 전력 차를 확인한 SKT는 2경기 ‘피글렛’ 채광진의 이즈리얼을 앞세워 27분께 적의 넥서스를 터트리고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 2015년 롤드컵 A조 조별예선: vs 락스 타이거즈
한동안 한국 팬들의 뇌리에서 잊혔던 이들은 2015년 다시 발톱을 드러냈다. 지역 선발전에서 홍콩 e스포츠를 꺾고 롤드컵에 진출한 플래시 울브즈는 한국의 쿠 타이거즈(現 락스 타이거즈), 미국의 CLG, 브라질의 페인 게이밍과 함께 A조에 배정됐다.
이들은 쿠 타이거즈를 2번 잡았고, 나머지 팀들과는 1승1패를 기록해 조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쿠 타이거즈와의 1경기에서 모르가나 서포터로 ‘고릴라’ 강범현의 알리스타를 완벽하게 카운터친 플래시 울브즈는 미드 갱플랭크를 무난히 성장시켜 킬스코어 14대7의 대승을 거뒀다.
2차전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메이플’의 르블랑이 12킬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치자 쿠 타이거즈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밴픽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간 것도 컸다.
2015년의 쿠 타이거즈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에 길이 남을 강팀이었다. 이들은 8강전에서 KT 롤스터를, 준결승에서 프나틱을 꺾었다. 결승전에서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SKT에 패하긴 했지만, 창단 첫 해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챙긴 팀이 쿠 타이거즈였다.
▶ 2016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SKT T1 vs 플래시 울브즈
2015 롤드컵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퇴장했던 플래시 울브즈는 2016년 미드 시즌에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에서 여유있게 우승하고 중국 상하이로 북벌을 떠났던 한국의 SKT는 대회 2일차와 3일에 전패를 기록, 4연패를 당했다. 이때 2패를 선사한 팀이 플래시 울브즈였다.
양 팀간의 첫 경기, 게임이 끝날 때까지 플래시 울브즈는 SKT에게 미드 1차 포탑도 내주지 않았다. 글로벌 골드를 1만까지 벌렸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하루 뒤 열린 리턴 매치에서는 한국 팬들에게 ‘카사’ 공포증을 제대로 심어줬다. ‘카사’ 훙 하우솬은 시종일관 ‘블랭크’ 강선구보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SKT의 라인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갱킹에 탄력을 받은 플래시 울브즈는 2경기도 크게 승리, SKT를 탈락 위기로 내몰았다.
물론 대회는 SKT의 우승으로 끝났다. 6승4패를 기록해 턱걸이로 4강에 진출한 SKT는 이후 절치부심, 단 1세트만을 내주며 우승까지 골인했다. 반면 플래시 울브즈는 4강전서 CLG에 3대1로 패배, 한국팀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지 않고 먼저 떠났다.
▶ 2016년 롤드컵 B조 조별예선: vs SKT T1
서머 시즌이 끝난 뒤 2016년 롤드컵에 두 팀은 다시 만났다. SKT는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플래시 울브즈 역시 스프링과 서머 스플릿 모두 우승을 차지해 최전성기를 맞이한 상태였다.
대회 4일차에 맞이한 이들의 1번째 경기, MSI에 이어 다시 ‘메이플’과 ‘카사’가 SKT의 미드·정글을 압도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FW는 41분 만에 글로벌 골드를 약 1만 가까이 벌리며 세계 최강팀으로부터 GG를 받아냈다.
허나 일주일 뒤 다시 맞붙었을 때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뱅즈리얼’ 배준식이 10킬 노데스 7어시스트로 게임을 하드캐리하며 게임을 접수했다. 앞비전 후 상대 빅토르를 1초 컷하는 명장면도 연출됐다.
SKT는 조별예선에서 플래시 울브즈에게 당한 1패를 제외하고 전승을 거둬 조1위로 8강에 진출, 그대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반면 플래시 울브즈는 2승4패로 조별예선서 탈락했다.
▶ 2016년 IEM 오클랜드: vs 롱주 게이밍
롤드컵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래시 울브즈는 다시 한 번 한국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11월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IEM이 그 무대였다. 한국 대표로는 그해 서머 스플릿을 8위로 마쳤던 롱주 게이밍이 참전했다.
롱주는 1경기에서는 내셔 남작을 처치하는 등 잠깐 동안이나마 승기를 잡기도 했으나, 후반 운영능력 면에서 밀려 플래시 울브즈에 패배했다. 2경기는 ‘롱주 선에서 정리’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전 선수가 라인전을 져 30분 만에 넥서스를 밀리고 말았다.
▶ 2017 MSI 그룹 스테이지: vs SKT T1
가장 최근 전적인 이번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양 팀이 1승1패를 교환했다. SKT가 첫 판을 부드럽게 이기면서 ‘늑대 공포증’을 완전히 극복한 듯 보였으나, 이어지는 2경기서는 플래시 울브즈도 압도적인 화력으로 SKT를 찍어 눌러 ‘킹슬레이어’의 이름값을 해냈다.
SKT의 승리에는 ‘후니’ 허승훈이 핵심이었고, 플래시 울브즈는 ‘메이플’이 6킬0데스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다만 두 판 모두 바텀 라인은 확실한 SKT의 우세였다. 특히 원거리 딜러간의 실력 격차가 제법 나는 모양새였다.
따라서 SKT 입장에서는 배준식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벌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면 플래쉬 울브즈는 그가 캐리력을 발휘하기 전 라인전 단계서 변수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카사’가 있다. 오는 20일, 이제 상대방 숙소의 수저 개수도 알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을 두 팀이 약점을 메우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올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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