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창원지검이 지난 20일 농아인(청각장애인) 투자사기단 ‘행복팀’ 지역팀장 25명을 일괄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2월 행복팀이 경찰에 적발된 지 4개월여 만에 총책 등 사건 피의자 36명 모두가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지역팀장들이 일괄 기소되면서 행복팀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됐다.
범죄단체조직죄는 통상 폭력조직단체를 결성했을 때 적용됐는데, 행복팀도 유사수신 범죄를 목적으로 한 조직체계를 갖춘 단체라 판단한 것이다.
법원에서 이 죄를 인정하면 형량이 늘어난다.
이번 사건은 ‘행복팀’으로 조직명을 정한 농아인들이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속여 같은 농아인 수백명에게서 수백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행복팀 총책은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행복팀은 총책을 ‘매우 높으신 그 분’이라고 묘사하며 피해자들을 감언이설로 현혹시켰다.
이에 속아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 피해자들은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아가며 행복팀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갖다 바쳤다.
행복팀은 사기행각을 의심하는 피해자들에게는 가차 없었다.
집까지 찾아가 타이르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협박까지 하면서 입막음에 나섰다.
행복팀에게 속은 대가는 너무 참혹했다.
모든 피해자들이 빚더미에 안겨 생활고를 겪었다. 급기야 한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 같은 고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건은 끝까지 의심한 일부 피해자들이 경찰서를 찾아와 ‘행복팀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하면서 그 전모가 드러났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행복팀 총책과 핵심간부 9명을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지역팀장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은닉)로 한국농아인협회 모 지역 지부장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행복팀 총책은 생활고를 호소하는 피해자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고급 전원주택에 여러 대의 고급 슈퍼카를 타고 다니는 등 초호화생활을 하며 지냈다.
◆피해 회복 여부‧재판 결과에 ‘관심’
행복팀 전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되면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제대로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기관에는 140여 명에 101억원가량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피해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되면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이 가능한데, 법원으로부터 일부 몰수‧추징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실제 피해를 봤더라도 한 푼도 돌려받을 수가 없다.
이에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전국을 돌며 농아인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면서 피해 신고 접수를 당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복팀 사건 가담자들의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 일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모임을 결성해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핵심간부들에게 적용된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 이 가운데 총책이 이례적으로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팀 총책 등이 이처럼 중한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형법 제11조에 따르면 농아인들은 감경 대상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하더라도 이 형법 조항에 따라 농아인인 행복팀 총책 등도 감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를 계기로 이 형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아인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농아인들이 “농아인이 같은 농아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에도 이 형법 조항이 적용되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최근 창원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유사수신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진 '행복팀' 사건의 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