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 사건과 관련,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사건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창원서부경찰서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A(29)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8시30분께 친척 형 B(31)씨, B씨의 여자친구 C(36)씨와 함께 창원시내 한 골프연습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나오던 40대 여성 D씨를 SUV에 강제로 태워 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일당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상당히 치밀했다.
다음은 경찰의 중간 수사 내용 등을 토대로 사건 발생부터 A씨 검거까지 재구성한 내용이다.
◇사건의 재구성
A씨 일당은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위조 번호판을 단 검은색 SUV를 몰고 창원시내 한 골프연습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들의 목적은 골프 연습이 아니었다.
이들은 골프연습장에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범행 며칠 전 미리 이곳을 찾아와 폐쇄회로(CC)TV 위치를 확인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께 혼자서 외제차를 타고 온 D씨를 발견했다.
이들은 D씨가 주차한 차량 옆으로 SUV를 바짝 옮겨 주차한 뒤 D씨가 나오기를 계속 기다렸다.
오후 8시30분께 골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D씨에게 “저기요”라고 말을 건넨 뒤 SUV에 강제로 태워 납치했다.
D씨가 납치된 장소는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CCTV 사각지대였다.
이들은 이동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역할을 나눴다.
경찰의 검문검색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C씨는 D씨 차를 몰고 앞서 달렸다.
A‧B씨는 D씨를 태운 SUV로 C씨 뒤를 따라가면서 경남 고성에서 1차 합류했다.
이들은 또다시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잔꾀를 썼다.
C씨 혼자 D씨 차를 몰고 창원지역으로 다시 돌아가 한 도로 인근에 D씨 차를 버렸다.
A씨는 C씨를 데려오기 위해 B씨와 D씨를 고성에 내려주고 창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고성의 한 폐업한 주유소에서 다시 합류했고, 전남 순천을 거쳐 광주로 이동했다.
이들은 사건 다음날 오전 11시께 광주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D씨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등 총 480만원을 인출했다.
D씨 남편은 부인이 귀가하지 않자 25일 오전 1시30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단순 가출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하고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들은 현금인출기에 설치된 CCTV 영상에 포착되면서 경찰에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용의차량 동선을 추적한 결과 27일 새벽 함안지역으로 왔다는 것을 확인, 검거에 나섰다.
이들은 경찰이 추격하자 차를 버리고 인근 야산 방향으로 달아났다.
A씨는 한 아파트에 주차된 차량 밑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진주서 피해 여성 시신 발견
경찰은 이날 오후 6시5분께 진주시 진양호 진수대교 아래에서 여성 시신이 담긴 마대자루를 발견했다.
숨진 여성은 이 사건 피해자 D씨로 확인됐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A씨 일당이 범행 후 달아난 동선과 일치하고 있다.
A씨도 경찰 조사에서 “고성 주유소에 다시 합류했을 때 형(B씨)이 마대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이 마대자루를 차에 옮겨 실은 뒤 한 저수지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납치에는 가담했지만 살인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며 “형이 저보고 운전만 하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꼬드겨 가담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D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또 400여 명의 경찰 경력과 헬기 등을 동원, 저인망식 수사로 B씨와 C씨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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