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SK증권 매각 인수후보자로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사모펀드 큐캐피탈이 선정된 것을 두고 증권업계 안팎에서 우려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후보자로 선정된 세 기업 모두 성격과 투자방식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수후보자로 참여한 세 회사 모두 각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최종 후보자가 결정되면 SK증권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SK증권 내부에서는 선정된 후보자의 인수에 부정적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의 매각 인수후보자가 밝혀지자 업계 안팎에서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SK증권 매각 인수후보자는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큐캐피탈이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그룹 등은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SK증권 내부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고용 안정성”이라며 “아직은 노조에서도 다소 조심스런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들 3곳 회사 모두가 5년 이상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입찰조건은 만족했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투기성 자본이 매각에 개입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반응도 우려스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SK증권의 주가는 지난달 1일 1420원에서 매각 소식이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치솟았고 지난 27일 1885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인수후보자가 밝혀진 6월 28일부터 주가가 하락했고 30일 종가 기준 1620원으로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인수후보자 세곳 모두 인수후보자로서 좋은 조건은 아닌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큐캐피탈은 사모펀드라는 특성 상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통합 과정에서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고용보장을 받았다고 해도 결국 갖가지 명분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큐캐피탈은 애초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출발한 기업이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고용보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해진 시일 내에 차익을 거둬야 하는 사모펀드(PEF)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구조조정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큐캐피탈이 인수할 경우 SK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매각 시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케이프투자증권의 경우 같은 업종이지만 SK증권 내부 구성원이 요구하는 고용안정성을 충족시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증권이 케이프투자증권과 비교해 자기자본, 임직원 수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에 대해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케이프투자증권이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등 M&A 시장에서 꾸준히 입찰을 추진했다가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며 “M&A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주가 상승과 함께 매각 대상 기업의 영업 구조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의 인수 참여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반신반의한다. 건설사가 증권사를 인수해 운영한 경우는 없어서다.
이에 호반건설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이번 인수도 그 일환”이라며 “금융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올해 초 벤처투자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라는 신기술사업금융전문기업을 100억 원 규모로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SK증권 인수는 부동산리츠 등 부동산 관련 금융사업과 관련한 자금조달 등을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넉넉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건설사이기에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은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 문제에서는 세 회사 가운데 호반건설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사업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인수에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적격인수후보는 오는 20일까지 SK증권 예비심사를 진행한 뒤 본입찰을 실시한다. 이후 이르면 오는 25일 우선협상대는상자를 선정하고 오는 8월 본 계약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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