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유수환 기자] 선박엔진부품 제조사 케이프를 모(母) 회사로 두고 있는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 인수합병 참여를 두고 업계에선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측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시너지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또한 SK증권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SK증권 노동조합 측은 조만간 인수후보자에 대한 매각 반대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호반건설, 큐케피탈 파트너스와 함께 SK증권 매각 예비 입찰 최종 후보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올해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인수 합병에 적극적인 것은 대표이사 임태순 사장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순 사장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크고 작은 M&A를 진두지휘한 베테랑으로 유명하다. 그는 KTB·팬택앤큐리텔·한국토지신탁 등의 인수합병에 참여하기도 했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임태순 사장은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이후에도 추가로 증권사를 인수할 계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을 인수하면 IB(기업금융)과 함께 리테일 분야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자기자본이 2배나 많은 SK증권을 인수하면 자본확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증권업 안팎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 합병 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케이프투자증권의 공격적인 M&A(인수합병) 시도가 경영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리테일 분야의 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면서 “또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당시에도 아프로그룹보다 낮은 가격을 인수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 내부 구성원이 요구하는 고용안정성을 충족시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프가 LIG증권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잡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6개월 만에 자체평가제도를 통해 평가 미달된 직원들의 임금 20%를 삭감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은 두 차례 평가를 통해 40% 가까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규직 비율이 많은 SK증권에 비해 케이프투자증권은 계약직 비율이 정규직 보다 많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케이프투자증권이 SK증권을 인수한다고 해도 통합 과정에서 지점 축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현재 본점 외 영업점이 없는 상태다. 반면 SK증권은 본점을 비롯해 총 25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금융사무노조 관계자는 “케이프투자증권은 현재 본점을 제외하고 지점 수가 단 한군데도 없다”면서 “LIG증권도 여러 지점이 있었으나 케이프투자증권으로 인수된 이후 지점이 점점 축소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SK증권을 인수하더라도 갑작스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독립회사로서 당분간 분리해서 경영한 다음에 조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증권의 문화를 인정하고 여러 산적한 문제를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케이프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SPC(특수목적법인)인 ‘이니티움2016주식회사’다. 이니티움2016는 케이프투자증권의 모(母) 회사 케이프가 지난해 6월 출자(190억원)한 종속기업이다. SPC는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부실채권 매각, 해외 자원 개발, 영화 제작, 선박 운영 등 특정 사업에만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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