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김소현에게 MBC 수목드라마 ‘군주’는 다양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사극에서 주연을 맡은 것도 처음, 현대극에서도 해본 적 없는 20부작을 6개월 동안 전부 소화한 것도 처음이다. 다시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유승호를 MBC 드라마 '보고싶다' 이후 4년 만에 ‘군주’에서 만났다. 자신의 10대 마지막을 함께한 작품이기도 하다.
14일 오전 서울 선릉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사극 첫 주연을 맡은 소감부터 전했다. 처음엔 20부작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단다. 처음엔 자유를 꿈꾸고 할 말도 했던 캐릭터가 점점 원래 모습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꿋꿋이 연기하려고 애썼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을 꼽기도 했다.
“초반부에 아버지(전노민)가 돌아가신 장면이 찍기 전부터 저에게 큰 부담이었어요. 평탄하게 살아온 가은이의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주는 시점이었거든요. 대본을 받으면 그 장면이 언제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죠. 막상 찍었을 때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까 무섭고 슬퍼서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덕분에 그 장면 이후에 나오는 감정이 진한 장면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찍은 것 같아요. 아쉬웠던 장면은 세자(유승호)가 동굴에서 죽는 장면이에요. 스태프 분들이 굉장히 긴 시간 고생하시면서 힘들게 찍었어요. 방송에 나온 것보다 감정이 더 셌고 정말 많이 울었죠. 그런데 드라마의 러닝타임이 길다보니까 잘려나간 장면이 많았어요. 감정이 더 표현됐으면 시청자 분들이 가은이의 마음을 이해해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김소현은 사극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MBC ‘해를 품은 달’과 tvN ‘도깨비’, 영화 ‘덕혜옹주’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소현의 출연작을 찾아보면 사극보다 현대극 비율이 훨씬 많다. 그만큼 적은 수의 사극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타율 높은 배우라는 얘기가 된다. 사극에서 아역이나 조연이 아닌 첫 주인공을 맡은 소감도 털어놨다.
“제가 생각보다 사극을 많이 하진 않았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잘돼서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드라마 주연은 해봤지만 사극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두려움이 컸죠. 현대극에서도 20부작을 못 해봤는데 사극은 어떨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작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20회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도 키워놓으려고 했죠. 막상 현장에 가니까 제가 주연이긴 하지만 저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많은 선배님들, 선생님들과 함께 했지 제가 뭔가를 다 이끌어야 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저 내 몫을 잘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소현은 자신을 ‘평범한 19세’라고 표현했다. 그 나이에 맞는 평범한 고민을 하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항상 자신의 연기가 아쉽고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계속 해도 ‘내가 이제 연기를 할 줄 알게 됐구나’ 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대신 ‘난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하는 생각이 들죠. 매번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고 느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해요. 문제는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고 발전해야 될지에 대한 것이에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기를 시작한 걸 후회하진 않아요. 후회했으면 진작 그만뒀을 거예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하나씩 훑어본 적이 있어요. 이렇게 매년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요. 지금도 연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여섯 달이 지나면 김소현은 스무 살 성인이 된다. 아역으로 시작해 항상 어린 이미지가 남아있던 김소현의 10대 시절이 끝나는 것이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김소현은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10대 후반이 어떨지 정말 궁금했다. 내가 커서 열아홉 살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곤 했죠. 막상 열아홉 살이 되니까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아요. 준비가 덜된 것 같은데 시간이 빨리 가서 무섭고 걱정도 되죠.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보다 기대가 더 커요. 물론 걱정도 되고 부담도 있죠. 하지만 내가 제대로 된 시작을 해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어른이 돼서 어려운 일을 마주하고 고비를 겪으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잖아요. 그러면 연기도 더 깊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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