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이 사라진 마을 수호신 ‘150년 된 향나무’

감쪽같이 사라진 마을 수호신 ‘150년 된 향나무’

기사승인 2017-07-26 10:15:45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한 마을에 사는 E(81) 할아버지는 지난달 14일 오후 여느 때처럼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예전부터 공동으로 사용하던 우물가 옆에 심어져 있던 향나무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 나무는 150년가량 된 향나무로 E할아버지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곳에 식재돼 있었다.

정확히 누가, 언제 나무를 심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을 수호신처럼 생각한 오래된 나무여서 동네 주민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경찰은 나무가 있었던 주변에 흙 상태 등을 확인해보니 누군가가 고의로 향나무를 훔쳐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경찰에 용의차량이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절도 용의자 A(51)씨 등 4명을 차례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52)씨도 향나무 인근의 마을 주민들로, 전부터 이곳에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수중에 돈이 궁했던 이들은 향나무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훔쳐서 팔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향나무의 존재를 모르는 지역 조경업자들이 없을 정도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좋은 야생화를 찾고 있다는 외지인 C(61)씨에게 접근해 괜찮은 향나무가 있는데 싸게 넘겨주겠다고 꼬드겼다.

이 말에 솔깃한 C씨와 D(42)씨는 고가의 향나무를 헐값에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들과 범행을 공모했다.

이 대가로 A씨와 B씨가 C씨에게 받은 돈은 고작 100만원이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향나무는 300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마산중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A씨와 B씨를 구속하고, C씨와 D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도난당한 향나무를 무사히 찾아 다행이라면서도 한 달 정도 다른 곳에 심어져 있었던 터라 곧바로 옮기면 고사할 수도 있다고 해 어떻게 처리할지 신중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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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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