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페이커’ 이상혁은 이번 포스트 시즌 자신의 특별함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있다.
이상혁의 소속팀 SK 텔레콤 T1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펼쳐진 삼성 갤럭시와의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준플레이오프를 3대0으로 승리했다.
지난 12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에 이어 또 한 번 완봉승을 거둔 SKT는 세트 통산 5승0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난 7월 정규 스플릿 경기에서 4연패를 기록, 창단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온 지 불과 1달 만이다. SKT는 다시금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분위기 반등의 일등공신은 이견의 여지 없이 ‘페이커’ 이상혁이다.
▶ 큰 경기에 강하다
이상혁은 큰 경기에 강하다. 단일팀 체제가 출범한 2015년 이후 다전제 경기에서 단 2번 패했다. 1번은 2015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결승 대 에드워드 게이밍(EDG)전이고, 나머지 1번은 2016년 2016 롤챔스 서머 스플릿 결승 대 kt 롤스터전이다. 그 외 모든 다전제에서 승리했다. 앞선 2경기 역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았다.
이러한 강점은 이번 포스트 시즌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가 앞서 상대했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아프리카 프릭스)과 ‘크라운’ 이민호(삼성 갤럭시)는 서머, 스프링 시즌 MVP 포인트 1위에 오른 실력자들이다.
SKT는 아프리카와 삼성을 상대로 항상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7년 2번의 정규 시즌 동안 아프리카 상대로 2승2패(세트 스코어 4승6패)를 기록했다. 삼성 상대로는 1승3패(세트 스코어 2승6패)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와일드카드전과 준플레이오프전에서는 두 선수가 이상혁의 기세를 버티지 못했다. 중단이 무너지자 팀 전체 조직력도 와해됐고, 이는 곧 팀의 패배로 직결됐다.
이상혁은 포스트 시즌 5경기 동안 평균 6.1의 KDA와 70.8%의 킬 관여율을 기록했다. 분당 CS 수급 갯수는 9.9개였다. 통상 라인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시작 후 15분 동안 상대 라이너보다 6.4개의 CS와 288골드를 더 획득했다. 킬 하나를 먹고 운영 단계에 돌입한 셈이다.
물론 이는 정규 시즌에 비해 크게 향상된 수치다. 그는 정규 시즌 동안 3.4의 KDA와 65.1%의 킬관여율을 기록했다. 분당 CS 수급 갯수는 9.5개였으며, 15분 동안 상대 라이너보다 7.4개를 더 먹었다. 상대 라이너와의 골드 격차는 17골드에 불과했다.
▶ 챔피언 폭이 넓다
“바다에 한 주먹 모래를 집어넣는다고 가득 찹니까?”
지난 15일 삼성전 2세트 밴픽 과정에서 성승헌 캐스터가 한 말이다. ‘이상혁을 상대로 한 미드 저격 밴’ 전략을 거론하면서 나온 얘기다. 이처럼 이상혁의 챔피언 폭은 종종 바다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폭넓고 성격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포스트 시즌 들어 총 5경기를 치르는 동안 4개의 챔피언을 사용했다. 루시안을 2회 사용했고, 카시오페아, 탈리야, 피즈를 각각 1회씩 선보였다.
이중 피즈는 지난 스프링 스플릿 결승전 이후 처음 선보인 픽이다. 약 1주일 전부터 솔로 랭크를 통해 간간히 연습하더니 기어코 꺼내 들었다.
이 경기에서 삼성은 루시안, 갈리오, 탈리야까지 총 3개의 밴 카드를 미드에 투자한 뒤 오리아나를 선택했다. SKT 측에서도 카시오페아를 밴했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이 선택한 챔피언 5개가 사용 금지된 상황에서 이상혁은 주저 없이 새 챔피언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세트 MVP 선정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지난 스프링 결승전 때도 카르마, 피즈, 룰루를 꺼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이 3가지 픽의 공통점은 이상혁이 정규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픽이라는 점이다.
▶ 대규모 교전 시 집중력이 뛰어나다
이상혁은 대규모 교전 발발 시 상대 딜러를 묶어두는 능력이 뛰어나다.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와일드카드전 2세트 경기 후반 승패를 결정짓는 전투였다. 내셔 남작을 두고 양 팀이 대치하던 도중 ‘울프’ 이재완의 블리츠크랭크가 ‘투신’ 박종익의 쓰레쉬에게 ‘로켓 그랩’을 적중시켜 교전이 시작됐다.
가장 뒤에 포진해있던 이상혁은 언덕 너머 아프리카 진형 후미로 과감하게 점멸을 사용, 상대 딜러 2인의 딜 로스를 유도해냈다. 동시에 ‘크레이머’ 하종훈의 케이틀린에게 스킬을 퍼부어 킬을 만들어냈다. 공격의 핵심인 신드라와 케이틀린이 전장에서 이탈한 상황, 아프리카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패배뿐이었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2세트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대규모 교전에서도 이상혁의 포지셔닝은 빛났다. 우선 이민호의 오리아나에게 궁극기 ‘미끼 뿌리기’를 적중시켰다. 동시에 ‘재간둥이’와 점멸을 사용해 오리아나와 ‘룰러’ 박재혁의 트리스타나 근처에 접근했다.
결과적으로 오리아나는 상대 스킬 연계에 즉사했다. 이상혁이 코 앞에 도달한 순간부터 ‘존야의 모래시계’와 ‘재간둥이’로 빠져나갈 때까지 트리스타나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기본공격 3번과 궁극기 ‘대구경 탄환’을 사용한 게 전부였다.
같은 경기 3세트에 나온 장면이다. 이상혁의 루시안이 위쪽으로 이동, 삼성 딜러진의 어그로를 모두 가져갔다. 삼성 탑·정글·서포터는 딜러 없이 3대4 싸움을 벌였다. 이 전투에서 SKT는 이상혁의 목숨을 내주는 대신 4킬을 얻어 완전히 승기를 굳혔다.
▶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플레이메이커
준플레이오프전 2세트는 이상혁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승패를 뒤집은 대표적 예다. 팀은 삼성의 일방적 공세에 여러 차례 억제기를 밀렸다. 이상혁은 충분히 이득을 챙긴 뒤 퇴각하는 상대 병력의 주요 딜러에게 궁극기를 적중시켜 게임의 흐름을 가져왔다.
정규 시즌 동안 ‘비디디’ 곽보성을 비롯, 탑 클래스 미드 라이너들이 여럿 등장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자 이제 이상혁이 정점에서 내려온 것 아닌가 하는 일부 팬들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혁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수퍼 플레이를 통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그의 선전에 힘입어 SKT는 최소 3위를 확보했다.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고 한지 불과 1달 만이다.
이제 이들의 다음 ‘도장깨기’ 상대는 숙적 kt 롤스터다. 과연 이날 경기에서도 이상혁이 지금과 같은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해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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