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STX조선 폭발 사고 원인은 방폭등”

국과수 “STX조선 폭발 사고 원인은 방폭등”

해경, STX조선해양 조선소장 등 추가 입건

기사승인 2017-09-12 12:12:51

지난달 20일 물량팀 노동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의 원인은 작업장 내 설치된 불량 방폭등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해경 수사본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국과수는 방폭등에 설치된 램프의 고온표면이 이번 폭발 사고의 점화원으로 추정했다.

또 폭발 사고가 발생한 RO(잔유)탱크 내부에 차있던 가스는 도장용 스프레이건에서 분사된 유기용제류의 유증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폭발 사고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사고 현장에는 총 4개의 방폭등이 설치돼 있었다. 그런데 모두 완전 패킹(공기차단)’이 되지 않은 불량 방폭등으로 조사됐다.

방폭등은 불빛을 내는 전구와 스파크를 방지하기 위해 전구를 완전히 감싸는 덮개 유리로 구성돼 있다.

통상 페인트 작업을 하면 분산되는 페인트 입자가 덮개 유리에 묻게 돼 불빛이 약해져 제때 교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검증된 정상 덮개 유리가 아닌 방폭 기능이 없는 일반 덮개 유리로 임의로 교체한 사실이 해경 수사에서 드러났다.

게다가 밀폐된 작업장 내부 공기 순환을 돕는 환기구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해당 작업장에는 실내 공기를 실외로 배출하는 배출기는 4, 실외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는 흡입기는 2개가 설치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매뉴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배출기 2, 흡입기 1개만 설치돼 있었다.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공기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활한 환기가 불량해 페인트 도료에서 나오는 가연성 가스가 실내에 고농도로 조성됐을 것이라는 게 해경 판단이다.

해경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원청업체도 이 사실을 알고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사실이 해경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졌다.

가스폭발 위험이 있는 밀폐 공간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작업 전 가스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 가스검침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작업 전 가스농도를 측정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원청업체인 STX조선해양은 매년 실시해야 하는 가스검침기 검교정을 201511월 이후부터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해경 수사본부는 STX조선해양 조선소 사무실 5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STX조선해양 조선소장 조모(55)씨 등 원청업체 직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이로써 이번 사고와 관련해 원하청업체 직원 16명(원청 11명, 하청 5명)이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해경은 국과수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폭발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혀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1135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4안벽에서 건조 중이던 74000t급 석유운반선의 RO(잔유)탱크가 폭발해 이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 중이던 물량팀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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