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번째 맞대결이다. 챔피언이 코너에 몰렸고, 도전자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롤드컵 최다 우승에 빛나는 ‘페이커’ 이상혁과 그에게 가려진 2인자 ‘우지’ 지안 즈하오의 이야기다.
두 선수의 소속팀 한국 SK텔레콤 T1과 중국 로열 네버 기브업(RNG)은 오는 28일(한국시간)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펼쳐지는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에서 5판3선승제로 맞붙는다.
지난 2013년 결승전과 2016년 8강전에 이은 3번째 롤드컵 맞대결이다. 그렇지만 라이벌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할 정도로 상대 전적이 일방적이다. 2013년 결승에선 이상혁의 소속팀 SK텔레콤 T1 K가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승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6년 8강전 역시 SKT가 3대1로 승리, ‘우지’와 RNG를 조기 귀국시켰다.
자국 내 최고 인기 선수가 매번 똑같은 선수를 넘지 못하고 쓰러졌다.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로선 충분히 배 아플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야 말로 ‘우지’가 이상혁을 꺾을 수도 있다고 중국 팬들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선 영원할 것 같던 SKT 왕조가 유례없이 흔들리는 중이다. 탑·정글은 서머 시즌부터 지속해서 불안한 면을 노출했으며, 최후의 보루였던 바텀 듀오 역시 롤드컵 본선에 접어들자 약점으로 지적받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번 롤드컵에서 SKT를 두고 ‘이상혁의 원맨팀’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홈그라운드 이점 또한 ‘우지’에겐 기쁜 소식이다. 우한부터 광저우에 이르기까지 자국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은 중국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우지’는 그런 개최국의 최고 스타다. 오는 28일 대결에서도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메타 또한 우지를 향해 웃는다. 이번 롤드컵은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아이템 ‘불타는 향로’의 효과가 강력한 7.18패치 버전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우지’는 이 메타에 가장 최적화된 원거리 딜러라는 평이다.
그는 전형적인 고비용·고성능 원거리 딜러다. 분당 11.1개의 미니언을 독식하지만, 팀 전체 데미지 딜링의 42.5%에 달하는 ‘극딜’을 뿜어내면서 밥값을 해내고 있다. 834의 분당 데미지 기록(DPM)은 팀 월드 엘리트(WE) ‘미스틱’ 진성준과 G2 e스포츠 ‘지븐’ 예스퍼 스벤닝센에 이은 3위다.
개인 컨디션 또한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서머 스플릿 1라운드를 통으로 쉰 게 약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우지’는 같은 팀 미드라이너 ‘샤오후’ 리 유안하오(14.8) 다음으로 높은 11.3의 K·D·A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평균 킬은 5.9개에 달하지만 평균 데스는 0.8에 불과하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간에 오는 28일 맞대결은 ‘우지’와 RNG를 위한 최적의 판이다. 한 현역 프로게이머는 “이번 대회가 확실히 중국에게는 기회다. 이번에 우승을 놓치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과연 ‘우지’는 이번에 이상혁을 뛰어넘고 다시 한번 롤드컵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까. 오는 28일 그의 3번째 도전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