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200여 마리가 어제 저녁 이곳을 찾아왔다가 내려앉아 쉴 곳이 없어 하늘을 빙빙 돌더니 결국 다른 곳으로 날아갔어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생태가이드를 8년째 맡고 있다는 박경란씨가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남저수지는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를 포함해 천연기념물 205-2호 노랑부리저어새.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등이 찾는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철새도래지다.
특히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겨울 철새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그런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한 연 군락이 저수지를 온통 뒤덮고 있는 상태여서 마땅히 쉴 곳이 없는 철새들이 다른 곳을 찾는 장면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철새의 낙원’이라는 주남저수지 명성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오후 탐방로를 따라 주남저수지 현장을 둘러본 결과 저수지 대부분이 온통 연 군락으로 뒤덮여 있었다.
주남저수지 한편에 마련된 재두루미쉼터 주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을 쓰지 않으면 철새도래지에 철새가 사라질 수 있다는 박씨의 우려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실제 주남저수지 연 군락 분포는 해마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이수동 교수가 조사한 ‘주남저수지 생태계 현황 및 보전방안’에 따르면 주남저수지(용산) 연 군락은 저수지 면적(403만㎡) 대비 ▲2009년 1.4% ▲2011년 7.4% ▲2013년 12.5% ▲2014년 18% ▲2015년 여름 23.5% ▲2015년 가을 30.6%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현재는 60.2%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나 저수지 절반이 넘는 면적을 연 군락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주남저수지는 면적이 가장 넓은 주남저수지(용산)‧동판(399만㎡)‧산남(96만㎡) 등 3개 저수지를 통틀어 이뤄진 898만㎡의 배후습지성 호수를 말하는데, 이 같은 연 군락 확산 현상은 산남‧동판저수지에도 나타나고 있다.
산남저수지 연 군락은 2014년 7.8%에서 올해는 37.6%로, 최근 5배가량 늘어났다.
동판저수지는 2014년 0.5%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6.2%로 10배 넘게 연 군락이 증식했다.
창원지역 환경단체인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이대로 방치하면 주남저수지(용산)은 60%, 동판은 91%, 산남은 67%가 연 군락으로 뒤덮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경란씨는 “하루가 지나면 저수지의 연 군락이 늘어나는 게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라며 “철새 습성상 한번 찾아온 곳은 계속 찾기 마련인데, 이렇게 떠나버린 철새가 다음해 다시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마창진환경련은 저수지 수위를 4.3~4.8m 이상 유지하고 연 새순이 나올 5~6월에 연을 자르면 절단된 줄기 속으로 물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뿌리가 썩어 연 군락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원시 예산 증액과 관계기관의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경기도와 충남 일대 저수지 연 군락 제거 사업을 검토해오던 중 올해 결산 추경에 3억원 예산이 추가 확보됐다”며 “내년에는 연 군락 제거 전문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제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저수지 수위 조절은 안전 문제와 직결돼 관계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는 등 신중히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철새 보금자리이면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는 어민들의 삶터인 주남저수지가 연 군락에 잠식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걱정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