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질문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유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늘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코어장전’ 조용인이 답했다.
“방금 질문처럼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말을 원동력 삼았다. ‘그럼 보여주겠다’는 태도로 준비하고 그 저평가를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6년 같은 상대방에게 2대3으로 패해 분루를 삼켰던 이들은 이로써 1년 만의 복수극에 마침표를 찍음과 동시에 창단 이래 2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다음은 우승 세레머니 직후 믹스트존을 방문한 선수단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중국어-한국어-영어 인터뷰 순으로 진행됐다.
▶ 중국어 인터뷰
Q. (강찬용에게) 정글러가 되기 전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Q. (이민호에게) 작년에 3대2로 패하고 무대 위에 오랫동안 있었다. 오늘 페이커가 그런 입장이었다.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상혁이 울면서 감정을 내비친 걸 처음 봤다. 해드릴 말씀은 없고,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아, 로봇이 아닌 사람이 맞구나’였다.
Q. (최우범 감독에게) 삼성은 시즌4부터 시야 싸움을 중시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제어 와드를 2개씩 사는 등 그런 경향을 보였다. 그 이유는?
A.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이런 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경기를 준비하면서 잘잘못을 많이 찾았다. 와드 하나가 게임을 끝낼 수 있다는 걸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실수가 줄어들고 경기 내용도 좋아진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Q. (박재혁에게) 우승컵에게 하고 싶은 말?
A. 박재혁: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Q. (강찬용에게) 자식이 생긴다면 이번 우승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건가?
A. 아직 생각도, 계획도 없어서 별 생각 안 하고 있다.
Q. (강찬용에게) 오래 생활했는데 은퇴 생각이 있나?
A. 제가 선택할 수 있다면 계속 하고 싶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Q. (박재혁에게) ‘뱅’ 배준식이 부진했다는 평가가 있다. 맞라이너로서 평가한다면?
A. 제 생각으로는 우리가 잘해서 잘 풀린 것 같다. 그가 못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Q. (최 감독에게) SKT전 복수에 성공한 것에 대해 자신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작년에 진 뒤부터 이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 심지어 꿈도 꿨다.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Q. (강찬용에게) 이상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A. 지금도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최고 팀에서 최고 선수로 꼽히는 건 유지하기가 어렵다. 내년에도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Q. 선수별로 원하는 우승 스킨을 말해달라. 작년에 ‘꼬마’ 김정균 코치가 와드 스킨을 얻었는데 최 감독은 원하는 게 있나?
최 감독: 오면서 우승할 수 있을지 예상을 못했다. 만들어준다면 감사하겠다.
이성진: 나르 스킨을 만들 거다.
강찬용: 사실 생각을 많이 안 해봤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정글러는 캐릭터도 몇 개 없고 선점된 게 많기 때문이다.
이민호: 오늘 경기가 끝나고 아까 생각을 했다. 제가 스스로 잘했다고 평가하는 챔피언이 탈리야이기 때문에 탈리야를 생각하고 있다.
박재혁: (조)용인이 형과 생각이 같을 것 같다. 저는 자야 스킨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싶다.
조용인: 일편단심이다. 자야-라칸.
강민승: 저는 출전한 경기가 얼마 없기 때문에 이즈리얼밖에 하지 않았다. 렝가를 원하긴 한다.
▶ 한국어 인터뷰
Q. (모두에게) 우승소감을 간단하게 말해달라.
최 감독: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한국에 가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사실 준비하면서 (이)성진이에게 AD 케넨을 추천했다. 나르에게 이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쓸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1세트 이기면서 게임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성진: SKT한테 정말 이기고 싶었다. 다른 팀이었으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조금 더 불타올랐기 때문에 이렇게 우승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SKT를 이겼기 때문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
강찬용: 앓던 병이 낫는 느낌이다. 실감이 안 나서 맛있는 밥이나 먹고 싶다.
이민호; 롤드컵을 준비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해탈해버렸다. 그때부터 별로 감정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즐겁게 임하자는 마인드였다. 즐겁게 하다 보니 끝나고 나도 굉장히 기쁘고 즐거웠다. 여태까지 우승한 사람들이 지금 같은 감정을 느꼈구나 싶었다.
박재혁: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2년 동안 롤드컵 준우승·우승을 차지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기쁘기만 하다.
조용인: 이긴 직후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슬슬 배도 고프고 쉬고 싶다. 너무 행복한 게, 작년에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어서 좋은 것 같다.
강민승: 보는 입장에서 2세트 이기고 3세트 역전하는 순간 이길 것 같았다. 롤드컵 동안 연습 많이 하면서 힘들었는데 다들 잘해주고 우승해서 정말 기쁘다.
Q. (최 감독에게) 3대0 우승 확정됐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별 생각 없었다. SKT를 정말 이기고 싶었다.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었다. 롱주를 잡으면 SKT가 결승에 올 것 같았다.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Q. (최 감독에게) 앞으로의 일정은?
A. 정해진 일정은 없다. 가서 조금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달 동안 달렸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
Q. (이민호에게) 우승했는데 스스로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라 생각하나?
A. 제가 여기서 만약 ‘네’라고 하면 앞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했고 ‘페이커’는 제일 잘한다. 세계 최고다. 저희 어머니가 어제 인터뷰 보고 ‘최고를 상대하는 너도 최고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 그래도 오늘은 ‘페이커’보다 내가 팀원들이랑 같이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이성진에게) 탑이 세계 최고 논란이 많은 포지션이다. 세계 최고에 등극한 느낌은?
A. 사실 저는 세계 최고 탑라이너보다는 세계 최고팀이 되는 게 더 좋다. 세계 최고 탑라이너보다 우승 상금이 더 크다. 그래서 세계 최고 탑라이너가 된 것보다 세계 최고팀이 된 게 더 뿌듯하다.
▶ 영어 인터뷰
Q. (강찬용에게) 가장 선수 경력이 길다. 개인에게 삼성 갤럭시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 롤드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A. 만약 제가 삼성에 안 오고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자리를 잡았던 팀에 갔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 제가 원하는 플레이들이 있었는데 팀이 맞춰준 게 많다. 오랫동안 최고는 못 됐었다. 이런 결과 때문에 그런 과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Q. (이민호에게) SKT나 롱주는 손꼽히는 대형 스타들이 많이 포진돼있다. 삼성은 그보다 단단한 팀워크란 인상이 강력하다. 그런 점이 어떻게 장점으로 발휘돼 우승까지 할 수 있었나.
A. 우연인지 필연인지 저희가 다 모이게 됐다. 제가 알기로는 선수 개개인과 코칭스태프가 힘든 삶은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공감대가 형성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준 게 팀적으로 잘 맞아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최 감독에게) SKT를 완벽히 이기기까지 어떻게 준비했나. 3경기에서 SKT가 앞서나갔을 때 어떻게 시리즈를 마무리해야 할 거라 생각했나.
A. 핵심은 말자하와 AD 케넨이었다고 생각한다. 1세트에 그게 잘 먹혔다. 2세트도 레드 사이드로 가면 머리가 아플 뻔했는데 SKT가 레드 사이드를 선택했다. 또 3세트는 조합상 초반에 많이 불리해도 해볼 만했다. 요즘 바뀐 점이 하나 있다. 우리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했던 것 같다.
Q. (조용인에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이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유하지는 않았다’는 평가였다. 오늘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A: 방금 질문했던 것처럼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말을 원동력 삼았다. ‘그럼 보여주겠다’는 태도로 준비하고 그 저평가를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