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한 경남 창원 ‘귀금속 400돈 절도사건’과 관련, 용의자가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4일이 지났지만 경찰이 용의자 신원 파악과 추적에 어려움을 겪으며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사건의 재구성
이 사건 용의자 A씨는 지난 8일 오후 3시께 B씨가 운영하는 창원시내 한 귀금속 가게를 찾았다.
A씨는 당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넥워머’를 착용하고 있었다.
B씨는 A씨가 3일 전에도 손님으로 와서 오랫동안 물건을 살 것처럼 상담을 하고 갔던 데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물건을 보던 중 3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사달이 났다.
A씨가 갑자기 귀금속이 진열돼 있던 가로 50㎝, 세로 70㎝ 정도 크기의 판을 통째로 들고 도망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었다.
도난당한 진열판에는 남성 목걸이 등 귀금속 100여 점이 걸려 있었다. 무게로만 400돈이 넘는다고 했다.
A씨는 이 진열판을 중간에 버리고 귀금속만 챙겨서 달아났다.
상가 건물을 빠져나온 뒤 도로와 골목을 달리며 택시정류장에 서 있던 택시에 올라타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A씨가 귀금속 진열판을 훔쳐서 택시를 타고 도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3분 남짓에 불과했다.
◇경찰, 용의자 추적에 난항…사건 장기화 우려
경찰은 도난 신고를 접수받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12일 현재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게다가 용의자 신원 파악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사가 장기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가게에 있던 CCTV 영상을 분석했지만 A씨 얼굴은 넥워머에 가려져 있었다.
또 유리 진열대에 지문이 남을 것을 우려해 장갑을 끼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배달원처럼 위장해 헬멧을 쓰고 가게를 지나 비상구 쪽으로 간 것 같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 같은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범행 전 도주로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주 동선을 추적한 결과 창원시내 모처에서 A씨가 택시에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택시에서 내린 이곳에서 범행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을 갈아입고 다시 도주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가 훔친 귀금속을 장물로 처리했을 것으로 보고 부산지역까지 수사 반경을 확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 용의자는 키 170~175㎝, 몸무게 60~65㎏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2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
또 이 남성은 범행 당시 빨간색 점퍼와 보라색 넥워머, 검은색 바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경찰은 현재까지 조력자나 사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택시에서 내린 이후 이 남성의 행방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